[패럴림픽] 철인 신의현, 두 팔로만 54.2㎞ 달렸다

입력 2018-03-16 16:38
[패럴림픽] 철인 신의현, 두 팔로만 54.2㎞ 달렸다

신의현 감동적인 역주…모든 경기에서 전력 투혼

체력안배차 기권 권유에도 "실망시킬 수 없다"



(평창=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54.2㎞. 한국 장애인 노르딕스키 간판 신의현(37·창성건설)이 16일까지 두 팔로만 평창을 누빈 거리(페널티코스 포함)다.

하지 절단 장애를 가진 신의현은 지난 10일 바이애슬론 7.5㎞를 시작으로 연일 설원을 가르며 장애인, 아니 인간의 한계에 도전했다.

노르딕스키는 '동계스포츠의 마라톤'이다.

스키를 타고 평지는 물론, 오르막 코스까지 달려야 해 체력 소모가 심하다.

특히 하지 절단 장애 선수들은 하지를 썰매처럼 생긴 특수 스키에 단단히 동여매고 두 팔과 허리의 힘으로만 달려야 한다.

손목과 어깨, 허리에 상당한 무리가 간다. 최고의 선수들이 모인 패럴림픽 무대에서도 완주를 못 하는 선수들이 많다.

완주 자체만으로도 많은 이들이 박수를 보내는 이유다.

신의현은 육체의 고통을 딛고 매 경기 온 힘을 쏟아냈다.

첫날 바이애슬론 7.5㎞에서 5위에 올랐고, 이튿날 크로스컨트리 15㎞에 나와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13일엔 바이애슬론 12.5㎞에서 5위, 14일엔 크로스컨트리 스키 1.1㎞ 스프린트에서 3경기를 뛰어 6위를 기록했다.

연일 계속되는 강행군 속에서도 신의현은 웃음을 잃지 않았다.

첫날 어머니 이회갑 씨 앞에서 메달을 못 따 죄송하다며 눈물을 흘렸지만, 이내 웃음을 되찾으며 스키 밴드를 단단히 동여맸다.

신의현은 정신적으로 힘든 싸움을 벌였다. 그는 대회 전부터 개인 종목의 유일한 메달 후보이자 전 종목 유일한 금메달 후보로 꼽혔다.

주변의 관심과 기대는 그에게 중압감이 됐다.

그러나 신의현은 "장애인 스포츠에 관심을 가져주시는 것만으로 감사하다"고 했다.



최악의 상황에서 신의현을 일으켜 세운 건 가족들이었다.

시력을 잃어가고 있는 아버지 신만균 씨, 아들의 하지 절단 동의서에 이름을 적는 순간에도 눈물을 흘리지 않았던 강한 엄마 이회갑 씨, 베트남에서 시집와 남편의 도전에 가장 큰 힘을 불어넣은 아내 김희선 씨, 그리고 딸 은겸양과 아들 병철군은 연일 추운 경기장에 나와 신의현의 이름을 외쳤다.

장애인 바이애슬론 남자 15㎞ 좌식 경기가 열린 16일 2018 평창동계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강원도 알펜시아 바이애슬론 센터에서도 그랬다.

신의현은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이를 악물고 달렸다.

그는 설원을 헤치며 49분 동안 역주를 펼쳤다. 최종 순위는 5위. 사격에서 실수를 안 했다면 2위까지 가능한 기록이었다.

비록 목표대로 금메달을 목에 걸진 못했지만, 출전 가능한 모든 경기에 나와 온 힘을 쏟아내며 전 경기 6위권 이내의 성적을 올렸다.

신의현의 소속팀 창성건설 대표인 배동현 선수단장은 "신의현에게 체력 안배차 메달 획득이 힘든 몇몇 경기는 포기하자고 권했지만, 신의현은 모든 경기에서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했다"라며 "이미 신의현은 우리의 영웅"이라고 말했다.



철인 신의현은 부모님의 밤 농사를 도와주던 보통 사람이었다.

그는 대학교 졸업을 앞둔 2006년 2월, 교통사고로 두 다리를 잃었다.

하루아침에 혼자 힘으론 거동도 못 하는 장애인이 되자 그는 식음을 전폐하며 3년간 피폐한 삶을 살았다.

신의현은 "다리가 없어도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어머니의 말에 힘을 얻고 휠체어 농구, 장애인 아이스하키, 휠체어 사이클 등을 배우며 희망을 발견했다.

그는 2015년, 민간기업 최초의 장애인 실업팀인 창성건설 노르딕스키 팀에 합류한 뒤 한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장애인 노르딕스키 선수가 됐다.

농사일을 도우면서 만든 허릿심과 지구력, 끈기를 바탕으로 세계 최정상급 선수가 됐고 평창패럴림픽에서 전 국민에게 많은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그는 17일 크로스컨트리 7.5m 좌식 경기에 다시 출전한다.

cy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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