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홍보 욕심에…안동시 관광객 수 부풀리기 의혹
시민도 관광객에 포함하고 중복 집계도
(안동=연합뉴스) 이강일 기자 = 경북 안동시가 관광객 수를 뻥튀기한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18일 안동시에 따르면 지난해 안동을 찾은 관광객은 564만7천978명으로 하루 평균 1천500여명에 이른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합리적이지 못한 방법으로 집계한 탓에 적어도 몇 배 이상 부풀렸을 것으로 본다.
시가 관광객 수를 집계하는 방법은 크게 2가지이다.
입장료를 받는 관광지에는 입장권 판매량으로, 무료인 곳에서는 관광객 수를 세는 무인계측기를 설치해 집계한다.
무인계측기는 특정 지점을 지나는 사람 수를 세어 전체를 집계하는 장치이다.
안동댐 조정지댐(보조댐) 월영교 입구, 암산·무릉유원지, 안동 태사묘, 천등산 등 시내 9곳에 무인계측기가 있고 관광객뿐 아니라 시민도 많이 찾는다.
더구나 안동 월영교, 암산·무릉유원지 등에는 평상시 관광객보다 시민이 더 많다.
따라서 아침 운동을 하거나 저녁 산책을 위해 월영교를 찾으면 관광객으로 들어간다.
또 계측기가 있는 지점을 같은 사람이 반복해 통과할 때도 별도 관광객으로 넣어 그 수가 늘어난다.
안동시 집계를 보면 2017년 월영교를 찾은 관광객은 68만1천399명, 무릉·암산유원지에는 31만7천197명이다. 관광객과 시민을 구분하지 않은 통계이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광객이 시내 여러 곳을 여행해도 모두 별도 관광객으로 집계한다.
지난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유료 관광지인 하회마을 관광객은 133만6천712명(무료입장 포함)에 이른다.
그러나 하회마을을 돌아본 관광객 1명이 하루 동안 봉정사와 월영교, 도산서원, 권정생동화나라를 돌아보면 모두 5명으로 잡힌다.
하회마을만 구경하려고 오는 사람은 드문 만큼 관광객 수는 경유 여행지 수만큼 증가한다.
체류형 관광객이 늘어나는 만큼 이틀 이상 안동에 머물며 곳곳을 돌아본다며 최대 수십명으로 집계할 수도 있다.
지난해 123만여명이 찾은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 관광객 집계에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마다 가을에 열흘 동안 열리는 국제탈춤페스티벌에는 외지 관광객도 많이 오지만 안동시민도 대부분 1번 이상 축제장에 들른다. 1번 이상 축제장을 찾은 시민은 그만큼 관광객으로 들어간다.
남안동 CC와 탑블리스 골프장에서 골프를 한 13만여명도 관광객에 넣는 등 집계 방법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러나 청송군 관광객 수 집계 방식은 안동시와 대조를 이룬다.
국제슬로시티 인증을 받은 청송은 주왕산 국립공원을 끼고 있고 약수탕이 유명해 일 년 내내 등산객과 관광객 발길이 이어지는 곳이다.
청송군은 지난해 관광객은 450만명 안팎이라고 최근 발표했다.
이는 KT에 의뢰해 이동전화 위치정보, 신용카드 매출액 등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집계했다.
이런 방식으로 관광객을 조사한 것은 청송이 경북 도내에서 처음이라고 한다.
군은 지난해 상반기에도 신한카드 트렌드 연구소가 분석한 카드 사용 데이터로 관광객 수를 파악했다.
권모(46·안동시 옥동)씨는 "시청 집계대로 500만 관광객이 안동을 찾아 한 명이 5만원만 써도 한해 시 예산 20%가 넘는 2천500억원이나 되는 큰돈이 들어오는데 경제 사정은 100만명일 때나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실적홍보를 위해 관광객 수를 주먹구구식으로 중복으로 집계하기보다 더 많은 관광객 유치를 위해 효과 있는 정책을 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leeki@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