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덕'(人德)없는 타이거 우즈를 6년 지킨 '의리남' 라카바
(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타이거 우즈(미국)가 부활의 날개를 활짝 펴면서 우즈의 캐디 조 라카바(54)의 '의리'가 새삼 조명을 받고 있다.
라카바는 2011년 12월부터 우즈의 캐디로 일했다. 6년이 넘는 오랜 기간이다.
그러나 2015년 8월부터 거의 3년 동안은 휴업이나 다름없었다. 우즈가 허리 부상으로 대회를 거의 뛰지 못했기 때문이다.
작년 12월 히어로 월드 챌린지에 출전하기 전까지 우즈가 출전한 대회는 19개에 불과했다.
라카바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알아주는 특급 캐디다.
1987년 PGA투어 캐디로 데뷔한 그의 전성기는 프레드 커플스(미국)와 호흡을 맞춘 1990년대였다.
20년 동안 커플스와 함께 하며 1992년 마스터스와 1996년 플레이어스챔피언십 등 12승을 합작했다.
커플스가 허리 부상으로 쉴 때 마크 캘커베키아, 저스틴 레너드, 존 쿡, 제이와 빌 하스 부자, 카밀로 비예가스 등을 보좌했다.
커플스와 인연은 2011년까지 이어졌다.
시니어 투어로 무대를 옮긴 커플스는 라카바에게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젊고 유망한 선수를 찾아가 보라고 등을 떠밀었다.
라카바의 새 고용주는 지금 세계랭킹 1위인 더스틴 존슨이었다. 라카바는 존슨의 디오픈 준우승과 더 바클레이스 우승을 도왔다.
젊고 유망한 존슨과 인연은 짧게 끝났다.
우즈가 라카바에게 백을 메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다.
라카바는 주저 없이 우즈 캠프의 일원이 됐다.
당시 우즈는 고단한 처지였다.
4월 마스터스에서 다친 그는 플레이어스챔피언십에서 기권하더니 US오픈과 디오픈에는 아예 출전하지 못했다. 겨우 출전한 PGA챔피언십에선 컷 탈락했다. 세계랭킹은 58위까지 떨어졌다.
이 와중에 우즈는 '왕캐디' 스티브 윌리엄스와 헤어졌다. 앞서 스윙 코치 행크 헤이니와 결별할 때도 감정의 앙금이 남았던 우즈는 윌리엄스를 해고할 때도 파열음을 냈다.
원래 '인덕'(人德)이 없다는 말을 듣던 우즈의 평판은 더 나빠졌다.
라카바가 존슨과 계약을 해지하고 우즈에 달려가자 상당수가 "돈을 잃기에 십상인 도박 아니냐"고 수군거렸다.
라카바는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왜냐고? 타이거 우즈니까…"라고 당시를 회고했다.
라카바를 영입한 우즈는 그해 12월 셰브론 월드 챌린지에서 우승하며 재기했다.
우즈는 2012년에 3승, 2013년에 5승을 올리며 세계랭킹 1위를 되찾았다. 라카바의 도박은 성공한 듯했다.
9차례 우승으로 받은 보너스만 100만 달러가 넘었다.
그러나 이런 풍족한 수입과 세계 1위 선수의 캐디라는 명예는 길게 누리지 못했다.
2014년 우즈가 무릎, 허리 부상으로 필드를 떠난 동안 라카바는 사실상 실업자 신세였다.
물론 우즈가 따로 급료를 챙겨주기는 했다. 그러나 정상급 선수 캐디는 수입의 상당 부분이 상위 입상 때 받는 보너스에서 나온다. 우승하면 캐디는 우승 상금의 10%를 보너스로 받는 게 일반적이다.
유능한 캐디 라카바에게 백을 맡기고 싶다는 러브콜도 적지 않았다. 우즈도 "언제든 떠나도 좋다"고 말했다.
라카바는 "우즈는 내게 마음에 맞는 선수를 찾아가라고 했다. 심지어는 그러다가 다시 돌아와도 괜찮다고 했다"고 ESPN에 밝힌 적이 있다.
라카바는 끝내 우즈에 대한 충성심을 버리지 않았다.
그는 "내가 왜 타이거를 떠날 생각을 않느냐고 사람들은 묻곤 했다. PGA투어에는 뛰어난 선수가 우글댄다. 그러나 정말 뛰어난 최고의 선수는 10명쯤이다. 그런데 우즈는 그중에서도 최고다. 나는 그런 사실을 한 치도 의심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라카바는 또 "6개월이 넘도록 공을 치지도 못했지만, 우즈가 재기할 것이라는 내 믿음은 흔들린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라카바는 요즘 의리를 지킨 보람을 느낄 법하다.
우즈는 라카바에 대한 고마움을 자주 공개적으로 언급하곤 한다.
캐디를 고를 때 '경험'을 가장 중시한다는 우즈는 라카바에 대해 "대단한 인물"이라면서 "늘 긍정적이고 강한 승부 근성이 나와 잘 맞는다"고 칭찬했다.
라카바는 아놀드 파머 인비테이셔널 1라운드를 마친 뒤 "난 그동안 줄곧 타이거와 함께 했다. 그와 함께한다는 건 무엇보다 중요하고 대단한 일"이라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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