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출 예고된 영국 십원짜리 '페니' 구사일생
자선단체 반발…총리 "현금·동전 사용실태 깨달아"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영국이 최소 단위 동전인 페니(penny)를 모두 없애려던 계획을 일단 철회했다고 1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발단은 필립 해먼드 재무장관이 지난 13일 동으로 도금한 페니와 2펜스 동전을 비롯해 붉은색의 50파운드짜리 지폐가 시중에 거의 유통되지 않으며, 낮은 단위의 동전을 생산해봤자 재정적으로 의미가 없다고 지적한 것이었다.
NYT는 영국 내에서 페니와 2펜스짜리 동전의 60%가 딱 한 번 사용되며, 페니의 8%는 그냥 버려진다고 설명했다.
더구나 동전이 돼지저금통에 있거나 소파 뒤에 떨어져 부족한 물량을 채우기 위해 매년 5억 개에 달하는 페니와 2펜스가 생산되는 실정이다.
50파운드짜리 지폐는 단위가 훨씬 크긴 하지만, 해외 수요에 비해 영국 내에서는 잘 사용되지 않는다. 대부분이 돈세탁이나 탈세, 불법 자금 거래로 쓰이며 일부 상점은 위조지폐일 가능성을 우려해 받지 않는 경우도 있다.
아울러 지난 2016년 카드가 처음으로 영국 소매 결제 비중의 절반을 넘어서는 등 현금 사용 비중이 줄어드는 것도 정부가 고려하는 사항이다.
50파운드 지폐를 없애는 것에는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지만 페니와 2펜스짜리 동전 폐기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특히 거리나 상점에서 동전을 기부받는 자선단체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자선단체금융그룹의 정책·고용 담당 죽장인 앤드루 오브라이언은 "현금은 자선단체가 여전히 모금할 수 있는 중요한 형태임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한 타블로이드 매체는 "우리 동전을 살려주세요(Save Our Coppers)"라는 문구로 헤드라인을 장식하기도 했다.
이에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대변인은 "아직 페니나 2펜스짜리 동전을 폐기하려는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며 한 발 뒤로 물러섰다.
그러면서 이번을 계기로 정부가 새로운 경제에서 현금과 디지털 결제 수단, 여러 종류의 동전이 대중의 수요를 어떻게 충족하는지 등에 대해 더 잘 이해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영국 정부는 시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오는 6월 5일 각 동전의 운명을 결정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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