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용호 北외무상 방문한 스웨덴, 미국의 대북외교 '대행국'

입력 2018-03-16 10:16
리용호 北외무상 방문한 스웨덴, 미국의 대북외교 '대행국'

"북한-스웨덴, 미국인 억류자 문제 해법 협의할 수도"

북미정상회담 앞두고 北요구, 스웨덴 루트로 윤곽나올지 주목

(스톡홀름·서울=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장재은 기자 =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방문한 스웨덴은, 정식 외교관계가 없는 북미 간에 중요한 외교루트로 여겨지는 나라다.

현재 스웨덴은 북한 내에서 캐나다와 호주 이외에 미국의 외교 이익을 대행하며 이들 국가와 북한의 대화를 중재하는 핵심 역할을 맡고 있어서다.

16일 AP, AFP통신 등에 따르면 스웨덴은 서방 국가 중에는 이례적으로 북한과 장기적으로 외교관계를 유지해왔다.

스웨덴은 1973년 북한과 외교관계를 수립한 뒤 1975년 서방 국가 중 처음으로 평양 주재 외교관을 파견했다.

마르고트 발스트룀 스웨덴 외교부 장관은 리 외무상의 방문과 관련해 북미외교 대행국으로서 역할이 의제라고 밝혔다.

그는 전날 성명을 통해 "미국, 캐나다, 호주를 보호하는 이익대표국(외교관계가 수립되지 않은 나라의 체류자를 보호하는 제3국)으로서 스웨덴의 영사 책임이 리 외무상과의 대화의 초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리 외무상의 이번 방문에서 북미 정상회담 때 핵심의제로 거론될 비핵화 문제 이외에 곁가지 현안에 대한 사전조율이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현재 북한에는 김동철, 김상덕, 김학송 등 한국계 미국인 3명이 억류돼 있고 이 또한 북미 간 주요 갈등 가운데 하나다.

스웨덴은 북한에 억류됐다가 의식이 없는 상태로 작년에 귀국했던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 문제에도 적극적으로 개입한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웜비어의 석방과 관련해 이달 초 스테판 뢰벤 스웨덴 총리에게 따로 감사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스웨덴 언론에서는 미국인 억류자 3명의 운명이 의제에 오를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익명의 소식통은 경제일간지 '다겐스 나이터' 인터뷰에서 "우리는 미국인 3명에 대한 영사 사건이 미국인들에게 큰 우려인 것을 알고 있다"며 "긴장완화의 새로운 제스처가 있을 때 이는 북한 쪽에서 고려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발스트룀 외교부 장관은 리 외무상과의 회동에서 한반도 안보 상황도 논의할 것이라고 전날 성명을 통해 밝혔다.

스웨덴은 한반도 현안에 적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정상회담 때 장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뢰벤 스웨덴 총리는 스톡홀름이 정상회담 장소로 거론되자 "아직 그런 걸 논의할 단계에 이르지 않았다"면서도 "포럼이나 접선 등 뭐든지 우리가 역할을 하기를 주요 당사국들이 원한다면 준비는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반도 현안은 매우 중요한 문제"라며 "우리는 군사적으로 어떤 곳과도 동맹을 맺지 않는 국가이며 북한에 오래 주재한 국가로서 그 신뢰를 바탕으로 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뢰벤 총리는 자국이 어떤 역할을 할지는 남북한과 미국 등 주요 당사국이 결정할 문제라면서도 한반도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스톡홀름에 있는 싱크탱크 안보개발정책연구소의 니클라스 스완스트룀은 스웨덴과 북한의 외교장관 회담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예비회담이지만 북한의 이익과 요구가 윤곽을 나타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스완스트룀은 AP통신 인터뷰에서 "리 외무상과 발스트룀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정상회담과 관련한 얘기를 할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는 게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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