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내 성폭력 '솜방망이' 징계…세부지침 마련해 강화해야"
여가부-노동계, '미투 간담회' 열고 성폭력 근절대책 보완방안 논의
(서울=연합뉴스) 김희선 기자 = "금융실명제 징계양정기준같이 직장 내 성폭력에 대한 징계양정기준 등 통일된 기준을 마련해 기업이 따르도록 해야 합니다."
여성가족부가 직장 내 성폭력 근절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15일 개최한 간담회에서 노동계 인사와 전문가들은 징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현실을 지적하면서 성폭력 징계와 사건처리에 대한 통일된 세부지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권박미숙 한국여성민우회 여성노동팀장은 "신고하면 기업 차원의 조사와 징계가 이뤄지기는 하지만 징계수위가 낮으며 가해자는 징계수위에 대해 불복할 수 있는 절차가 있지만 피해자에게는 이런 절차가 없다"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성희롱에 대해 단호한 경고가 될 만한 징계가 이뤄질 수 있게 하는 수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우미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여성위원장은 직장 내 성폭력에 대한 통일된 징계양정기준을 마련할 것을 요청하면서 "인사위원회에 반드시 노사가 함께 참여해 사건 조사와 징계 등을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성폭력 피해자가 기업으로부터 당하는 불이익 조치를 막을 수 있는 대책도 보완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권박미숙 팀장은 "피해자가 수습, 인턴, 계약직인 경우 다음에 계약하지 않는 방식으로 불이익을 주는 경우가 있는데, 현행 불이익 조치 조항으로는 다투기 어려운 면이 있다"며 간접적으로 나타나는 불이익 조치에 대한 제재 방안을 보완할 것을 요청했다.
이은의 변호사는 민사소송 과정에서 피해자에 대한 불이익 조치, 사용자 책임 등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하면서 "여성가족부, 고용노동부, 교육부, 법무부 등 관계부처가 불이익 조치의 구체적인 사례를 포함한 성희롱 사건처리 매뉴얼을 만들어 소송에서 근거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피해 신고가 들어오기 전에 정부가 직접 나서서 성희롱이 많이 발생하는 업종을 중심으로 한 업종별 실태조사와 단속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수경 민주노총 여성국장은 "정부 대책은 주로 사건 발생 이후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피해 사례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찾아내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며 "톨게이트 수납원, 마트 노동자 등 서비스 산업 중 정부 노력으로 즉각 실태조사가 가능한 업종을 선택해 집중 단속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경옥 서비스연맹 사무처장은 "민간 부문은 실태조사를 스스로 하기 어렵기 때문에 캐디 등 업종별 실태조사가 필요하다"며 "모범사업장, 악질 사업장에 대한 공개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예방교육을 확대하고 내실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수경 국장은 "정부는 영세사업장(10~29인)에 대한 예방교육을 한다고 하는데 10인 이하 사업장에 대한 예방교육도 필요하다"면서 "동영상 교육은 실효성이 떨어지므로, 지역 차원의 정기적 예방교육을 실시하고 근무시간에 교육에 참여할 수 있도록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신 건설산업연맹 부위원장은 "건설업계에서는 사무직 대상의 성희롱 예방교육이 진행되지만, 현장에서는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서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건설현장의 고령 여성 노동자와 외국인 여성 노동자의 문제도 함께 고려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밖에 범정부 성희롱·성폭력 근절 추진 협의회에 양대 노총 등 노동계를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고, 턱없이 부족한 고용노동청 근로감독관 수를 늘려 지역별로 사업장 수에 비례해서 배치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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