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무고한 존재·드롭·유령함대
아름답고 죽은 그녀·빅서에서 온 남부 장군·신들이 노는 정원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 무고한 존재 = 이탈리아 데카당스 문학을 이끈 가브리엘레 단눈치오(1863∼1938)의 대표작이다.
데카당스 문학은 19세기 후반 프랑스에서 시작돼 보들레르, 랭보, 오스카 와일드 등 당대 유명 작가들이 경도된 문학 사조다. 전쟁의 기운이 감도는 역사적 혼란 속에서 실의와 절망감을 퇴폐적으로 반영한 문학 작품들이 나왔다. 당시 이탈리아 문단의 중심에 있던 단눈치오는 이 장편소설에서 육체의 쾌감을 추구하면서 항시 불안에 괴로워하는 향락주의자의 심리를 시처럼 응축된 문체로 표현했다.
대산세계문학총서 146번으로 출간됐다.
윤병언 옮김. 문학과지성사. 428쪽. 1만5천원.
▲ 드롭: 위기의 남자 = 미국 스릴러 소설의 거장 마이클 코넬리의 '형사 해리 보슈 시리즈' 열다섯 번째 작품이다.
정년퇴직을 앞둔 형사 해리 보슈는 22년 전 미제 강간살인사건 희생자에게서 채취된 '피 한 방울(a drop)'이 어느 29세 성폭행범의 DNA와 일치한다는 사실을 마주하게 된다. 그렇다면 당시 8세의 어린 아이가 범행을 저질렀다는 것일까. 이때 시의원 어빙의 아들이 고급 호텔의 고층 객실에서 추락사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보슈는 두 사건을 나름의 방식으로 하나하나 풀어나간다.
한정아 옮김. 알에이치코리아. 444쪽. 1만5천800원.
▲ 유령함대Ⅰ·Ⅱ = 미국 국방성 자문위원이자 뉴아메리카재단(NAF) 소속의 미래학자인 피터 싱어가 '월스트리트저널' 국가 안보 및 방위산업 전문기자였던 오거스트 콜과 함께 집필한 장편소설이다.
'미중전쟁 가상 시나리오'라는 부제로 2026년 중·러 동맹의 미 태평양 선제타격과 '사이버 진주만 습격'으로 발발한 3차 세계대전을 그렸다. 전쟁과 관련해 각지에서 활약하는 인물들의 이야기 400개가 에피소드 형식으로 이어지며 전쟁 서사가 펼쳐진다.
원은주 옮김. 살림. 388/380쪽. 각 권 1만3천500원.
▲ 아름답고 죽은 그녀 = 이탈리아 작가이자 연극인인 로사 몰리아소의 소설이다.
한국에는 처음 소개되는 작가로, 2009년 '살인자는 무엇인가를 두고 간다'로 데뷔한 뒤 다수의 소설을 발표했으며 현재 토리노 바레티 극장의 큐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한 편의 연극 같은 느낌을 주는 이 소설은 의문의 아름다운 시체가 등장하면서 막이 오른다. 이어 명품 매장 판매 직원, 수업을 빼먹은 고등학생 커플, 고함을 지르는 노숙자, 동성애자 기 치료사까지 다섯 명의 주인공이 차례로 등장해 시체를 발견하고도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이유를 이야기한다. 작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현대 사회와 현대인의 모습을 풍자한다.
양영란 옮김. 열린책들. 184쪽. 1만800원.
▲ 빅서에서 온 남부 장군 = 많은 작가가 좋아하는 작가로 꼽는 리처드 브라우티건(1935∼1984)의 데뷔작이다.
소설의 배경인 빅서(Big Sur)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위치한, 예술가들의 성지로 여겨지는 마을이다. 자신이 용맹한 남부 장군의 후손이라고 주장하는 괴짜 '리'가 빅서로 이주해 친구 '제시'를 부르고 함께 허송세월하며 벌이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와 함께 잔혹하고 인간성이 말살된 남북전쟁 당시의 기록들도 담겨 있다. 전쟁의 참상과 빅서의 이야기를 번갈아 읽으며 독자는 소설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은유로 이해하게 된다.
김성곤 옮김. 비채. 224쪽. 1만3천원.
▲ 신들이 노는 정원 = 일본의 베스트셀러 작가 마야시타 나츠의 에세이다.
'신들이 노는 정원'이라 불리는 홋카이도의 작은 마을 도무라우시에서 1년 동안 살면서 쓴 이야기다.
휴대전화도 되지 않고 텔레비전도 잘 나오지 않는 산속 외딴 마을에서 작가의 가족들은 속도와 경쟁 대신 서로의 체온에 의지하고 아름다운 대자연과 호흡하며 하루하루를 여유 있게 보낸다.
권남희 옮김. 책세상. 316쪽. 1만5천원.
min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