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론' 하승진·'PO 단골' 유재학, 미디어데이 '입담 챔피언'
(서울=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 "모든 건 다 운명에 맡기겠습니다."
프로농구 전주 KCC의 '공룡 센터' 하승진(33)이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미디어데이에서 '운명론'을 설파하며 입담을 과시했다.
하승진은 15일 서울 강남구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에서 처음 각오를 밝힐 때부터 "운명은 정해져 있다. 그렇다고 가만히 앉아있지는 않겠다"면서 "좋은 운명으로 승리에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그는 '6강 플레이오프가 몇 차전까지 갈 것 같으냐'는 질문에도 "운명이 4차전 정도로 이끌 것 같다"고 답했고, 지난해 챔피언결정전과 올해 상황을 비교하면서도 "다른 양상으로 진행될 거라고 운명이 말해주고 있다"고 해 웃음을 자아냈다.
감독, 선수 간 문답에서도 재치가 돋보였다.
그는 이날 건강 문제로 참석하지 못한 이상범 감독 대신 나선 원주 DB의 김주성에게 '김주성 감독 대행님'이라고 불러 김주성을 깜짝 놀라게 했다.
안양 KGC인삼공사의 오세근에게는 "플레이오프에서 좋은 성적을 내면 넷째 자녀를 가질 계획이 있다고 들었다"며 설명을 요구하기도 했다.
살짝 당황한 오세근은 웃으며 "힘들어서 넷째 계획은 없고, 셋을 잘 키우겠다"고 답했다.
하승진은 여섯 글자로 각오를 드러내는 순서에서는 팬들이 KCC를 부르는 애칭인 '장판'을 활용해 '장판 레츠 기릿 (Let's Get It·해보자)'이란 구호로 '스웨그'를 뽐내기도 했다.
사령탑 중엔 7년 연속 4강 플레이오프에 도전하는 울산 현대모비스의 유재학 감독이 터줏대감답게 분위기를 주도했다.
유 감독은 '자신의 팀을 제외한 예상 우승팀'을 묻자 "저희 빼고요?"라고 되묻고선 한참을 망설여 우승 의지를 에둘러 표현했다.
그는 "지금 분위기로 봐선 SK가 가장 가깝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도 "저희 빼고"라는 단서를 재차 달았다.
유 감독은 김승기 인삼공사 감독이 '4강 상대로 어느 팀이 올라오면 좋겠냐'고 묻자 대뜸 "언론 기사를 안 보는구먼. 나는 아무나 올라와도 상관없단 얘기를 20년 동안 해왔다"며 귀여운 핀잔을 주기도 했다.
'올 시즌 600승을 달성하셨는데, 혹시 1천 승도 생각하고 계시느냐'고 물은 하승진도 유 감독의 화살을 피해가지 못했다.
유 감독은 "20년 동안 600승이면 1년에 30승이다. 1천 승을 하려면 400승을 더해야 하는데, 30에서 몇을 곱해야 400이 되겠느냐"며 "승진아, 계산해보고 다시 질문해"라고 말해 장내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그는 "7년 연속 4강에 도전하는 게 쉽지 않은 일인데 하도 자주하다 보니 이제 다른 분들이 관심이 없으신 것 같아 약간 섭섭하기도 하다"고 말해 또 한 번 좌중을 웃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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