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300년전 신라 절 지켰던 신장상…백년만에 온전한 모습
경주 사천왕사터서 수습…국립국립경주박물관 신라미술관서 전시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부릅뜬 눈을 한 채 떡 벌어진 어깨를 한 사내가 앉아 있다. 왼손에 든 칼과 날개 달린 투구, 화려한 갑옷은 그가 무장임을 짐작게 한다. 사내가 깔고 앉은 것은 험악한 생김새의 악귀들이다.
경상북도 경주시 배반동 사천왕사터에서 발견된 '녹유신장상'(綠釉神將像) 중 하나다. 신장(잡귀나 악신을 몰아내는 장수신) 형태가 새겨진 틀을 이용해 찍어내고, 녹유를 발라 구워낸 조각이다. 사천왕사는 삼국 통일 직후인 679년(문무왕 19년)에 건립된 신라의 호국 사찰이었다. 고려 말부터 쇠락한 절은 곧 폐사됐다.
1915년 일본 학자가 녹유신장상이 조각된 벽의 파편을 발견하면서 옛 신라 사찰은 세상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3년 뒤 조선총독부가 정식 발굴을 시작했다. 광복 이후 연구 및 조사,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의 2006~2012년 정밀 발굴이 이어지면서 신장의 윤곽이 드러났다.
빼어난 수준의 조각으로 평가받는 녹유신장상이 사천왕사지 발굴 100년을 맞아 일반에 공개된다.
15일부터 8월 5일까지 국립경주박물관 신라미술관 1층에서 열리는 '사천왕사 녹유신장상, 백 년의 기다림' 전은 지난 100년간 여러 기관에 흩어져 보관됐던 신장상의 파편을 처음으로 복원해 공개하는 자리다.
왼손에 칼을 든 신장상, 활과 화살을 든 신장상, 오른손에 칼을 든 신장상 등 세 종류의 녹유신장상 모두 전시에 나온다. 이들 모두 절의 동·서 목탄 기단 벽면을 장식했던 것들이다.
이는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발굴과 3D 복원이 거둔 성과다. 왼손에 칼을 든 신장상의 경우 일제강점기 수습돼 국립경주박물관이 보관하던 하단부와 연구소가 서탑지 북편에서 수습한 상단부가 같은 상이라는 것도 발굴을 통해 확인됐다.
전시 관람객들은 사천왕사의 건립과 100년에 걸친 녹유신장상 발굴 조사 약사,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의 정밀한 발굴 과정, 녹유신장벽전의 배치 등도 함께 살펴볼 수 있다.
관람객을 대상으로 한 전시 설명회는 매주 수요일 오후 2시부터 2시30분까지 신라미술관 1층 불교미술 제1실에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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