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남북정상회담 준비, 비상한 각오로 최선 다하기를

입력 2018-03-15 18:30
[연합시론] 남북정상회담 준비, 비상한 각오로 최선 다하기를

(서울=연합뉴스) 청와대가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을 위원장으로 한 총 8명의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16일 첫 전체회의를 연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총괄간사를 맡고,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 송영무 국방부 장관 등이 위원으로 참여해 중요사항을 결정하게 된다. 실무는 위원장과 총괄간사, 준비위 산하 3개 분과장(차관급)이 매주 3~4차례 회의를 열어 처리한다. 남북정상회담 합의 열흘 만에 본격적인 준비가 시작된 것이다. 북미정상회담을 5월에 갖기로 한 미국도 실무그룹을 만들어 정상회담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고 한다. 북한은 이날까지도 남북 또는 북미정상회담에 관해 공식 언급은 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대미외교를 담당하는 최강일 부국장과 함께 베이징 서우두 공항을 경유해 스톡홀름행 비행기를 탄 것으로 확인됐다. 스웨덴은 평양에 대사관을 두고 있어 북미접촉 창구로 이용돼 왔으며, 이번에도 북미접촉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남북미 모두에서 정상회담 준비가 본격화하고 있는 것으로 봐도 될 듯하다.

남북정상회담에서는 의제를 남북관계 개선에 국한하지 않고 북한의 비핵화와 평화체제 보장까지 포괄적으로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준비위에 경제수석이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볼 때 경제협력 문제는 뒷순위로 밀릴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정상회담 의제와 관련, "복잡하게 꼬인 매듭을 하나씩 푸는 방식이 아니라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끊어버리는 방식으로 나가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고 한다. 고르디우스의 매듭은 알렉산더 대왕이 복잡하게 꼬인 매듭을 단칼에 잘랐다는 전설에서 나왔다. 난제에 대한 대담한 해결책을 뜻한다. 선(先)비해화 후(後) 체제보장 등의 단계적 접근 대신 비핵화와 대북제재 해제, 평화협정 문제 등을 일괄타결 방식으로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철저한 이행과 검증만 담보된다면 톱다운 방식의 장점을 제대로 살리는 해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꼼꼼하고 철저한 사전준비가 있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하지만 포괄적 논의가 이뤄진다면 남북 정상 간에 합의했다고 해서 그대로 확정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을 수도 있다.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미국까지 동의해야 타결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얘기다. 결국, 남북정상회담은 판을 깔고, 북미정상회담에서 확정하는 수순으로 가게 될 것 같다. 그런 만큼 정상회담 의제와 합의 수준 등에 대해 한미 간의 물 샐 틈 없는 협의와 공조가 이뤄져야 한다.

그러려면 북미정상회담 합의를 끌어낸 서 원장과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차기 국무장관 지명자) 사이의 정보라인 못지않게 외교라인도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정보라인만으로 정상회담 의제 협의, 합의문 조율 등의 준비를 모두 할 수는 없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폼페이오 국장을 국무장관에 지명한 것도 그런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도 대북특사 파견 과정에서 존재감이 약해진 외교라인의 역할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외교부는 13일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의 경질이 발표되기 몇 시간 전에 이런 분위기를 모른 채 강 장관과 틸러슨 장관의 회담 일정을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경질 의사를 갖고 있다는 사실이 틸러슨 장관한테 비공식 경로로 전달된 게 지난 9일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백악관 인사의 내밀한 부분까지 파악할 수는 없겠지만 떠날 사람을 붙잡고 북미대화 조율을 운운했으니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의구심이 들만도 하다.

미국 내에서는 정상회담 연기설이 흘러나온다. 폼페이오 지명자가 5월 말 이전에 상원 인준절차를 마치고 정상회담을 준비하기에 시간이 부족해 6월이나 7월로 연기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조셉 윤 대북정책 특별대표 은퇴 이후 국무부 내 대북협상 전문가가 없어 인물난을 겪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만큼 준비가 안 됐다는 얘기일 것이다. 폼페이오 지명자가 트럼프 대통령의 특명을 받고 북미정상회담 준비의 키를 잡았다고 하지만, 인준이 끝날 때까지는 공식적으로 할 수 있는 일에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면 국무부와의 협의와 공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준비가 덜 된 상태로 협상 테이블에 앉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럴 리야 없겠지만, 남북정상회담이 성과 없이 끝나면 그 이후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할 수 있다. 남북정상회담 준비위를 중심으로 모두가 비상한 각오로 총력체제를 가동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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