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개헌반대' 집회에도 日 여당 평화헌법 개정안 아베 뜻대로
사학스캔들로 '개헌반대' 주장 커지자 '개헌추진' 우익단체도 집회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일본 자민당의 개헌 협의체인 헌법개정추진본부(개헌본부)가 평화헌법(헌법 9조)에 자위대의 존재를 명기하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안과 같은 개헌안을 제시했다고 도쿄신문 등 일본 언론이 15일 보도했다.
개헌본부는 9조의 1항(전쟁 포기)과 2항(전력<戰力> 보유 불가)을 그대로 두고 '9조의 2'를 신설해 "총리를 최고 지휘감독자로 하는 자위대를 보유한다'는 규정을 새로 넣은 개헌안을 '유력안'으로 제안했다.
자민당 집행부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의 9조 개헌 방안을 결정한다. 자민당은 25일 열리는 당대회(전당대회)에서 자민당 차원의 개헌안을 확정할 방침이다.
개헌본부가 제시한 개헌안은 아베 총리가 작년 5월 제안한 것과 사실상 같은 내용이다.
아베 총리는 일단 평화헌법의 기존 조항을 건드리지 않고 헌법을 고쳐 개헌의 물꼬를 튼 뒤, 9조의 1항과 2항을 수정하는 '2단계 개헌'을 통해 일본을 전쟁가능한 국가로 변신시키려는 야욕을 가지고 있다.
아베 정권과 자민당은 재무성의 문서 조작 인정으로 사학스캔들이 요동치고 있는 상황에서도 개헌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사학스캔들에 대한 비판은 개헌반대 목소리와 함께 나오고 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지난 12일 재무성이 문서 조작을 인정한 뒤 일본 국회 앞에서는 '전쟁하게 하지 않는다. 9조 파괴말라! 총궐기 행동위원회'가 집회를 계속하고 있다.
이 단체는 사학스캔들과 관련한 아베 총리의 책임을 추궁하는 한편 개헌추진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집회와 함께 참가자 3천명을 목표로 한 개헌반대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다른 시민단체인 '무기수출반대네트워크' 역시 지난 6일 도쿄도내에서 집회를 열고 아베 정권이 장거리순항미사일을 도입하며 헌법 9조에 기초한 전수방위(專守防衛·공격을 받을 경우에만 방위력 행사 가능) 원칙을 어기려 하고 있다며 개헌 논의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사학스캔들이 확산되며 일본 정계에서는 개헌 추진의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개헌 추진에 우호적이던 여당 희망의당이나 친(親)여권 성향의 야당 일본유신의회 역시 개헌 추진에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학스캔들이 개헌반대 주장으로 번지자 우익 단체들 역시 활발히 집회와 서명운동을 하면서 세를 불리고 있다. 그동안 음지에서 주로 움직이던 일본회의는 재무성이 조작한 문서에 단체의 이름이 등장하며 위기에 몰리자 장외에서 모습을 드러내며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
일본회의가 사무국을 맡는 우익단체 '아름다운 일본의 헌법을 만드는 국민의 모임'은 전날 개헌 희망자 1천명의 서명을 확보했다며 개헌에 찬성하는 의원 45명이 참석한 가운데 개헌추진 집회를 열었다.
일본회의는 재무성의 조작 문서에 일본회의 관련 부분이 나오는 것에 대해 전날 "사실과 다른 기술로, 극히 유감이다"는 입장을 발표하기도 했다.
재무성이 문서에서 삭제했다고 인정한 부분 중에는 가고이케 야스노리(籠池泰典) 전 이사장을 일본회의 오사카(大阪) 대표·운영위원으로 소개하고 일본회의 국회의원 간담회의 부회장에 아베 총리가, 특별고문에 아소 부총리가 취임했다는 부분이 포함돼 사학스캔들과 일본회의의 관련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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