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도 러시아 때리기…"그들은 뉴욕서도 화학무기 쓸 수 있다"
헤일리, 안보리 긴급회의서 경고…백악관도 영국의 러 외교관 추방 지지
영국, 암살시도에 사용된 화학무기 분석결과 검증 요청…러 '우리와 무관'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영국에서 벌어진 러시아 출신 이중간첩 암살 기도 사건과 관련해 미국 정부도 '러시아 때리기'에 나섰다.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14일(현지시간) 열린 '러시아 출신 이중스파이 암살 시도'와 관련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에서 "그들은 뉴욕에서도 화학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러시아의 책임을 거론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헤일리 대사는 이날 회의에서 "이번 사건에 대해 즉각 구체적인 조치를 하지 않으면, 솔즈베리(영국에서 암살시도 사건이 일어난 곳)가 화학무기가 사용되는 마지막 장소가 아닐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뉴욕이든, 안보리 회원국의 도시 어디서든 사용될 수 있다. 지금은 결정적인 순간"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몇 번이고 안보리 회원국은 어떠한 환경에서든 화학무기 사용을 반대한다고 말해왔다"며 "현재 한 회원국은 다른 나라 영토에서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러시아에 책임을 묻지 못할 경우 안보리의 신뢰도는 남아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헤일리 대사는 이번 사건을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 독살 사건에 비유하기도 했다. 시리아 등지에서 증가하는 화학무기 사용과 연결지어 러시아는 이번 사건에 대해 '자백'하라고 압박하기도 했다.
백악관도 이날 러시아를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백악관은 "최근 행동은 국제사회 질서를 무시하는 러시아의 행동 양상과 부합한다"며 "전 세계 국가의 주권과 안보를 침해하고, 서방 민주적 제도와 절차를 전복, 와해시키려 했다"고 비판했다.
또 이번 일에 러시아가 책임이 있다는 영국의 평가와 같은 견해를 갖고 있다며, 영국의 러시아 외교관 추방 결정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조너선 앨런 유엔주재 영국 부대사는 국제기구인 화학무기 금지기구에 이번 사건에 사용된 신경작용제에 대한 자국 분석을 독립적으로 검증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바실리 네벤쟈 유엔주재 러시아 대사는 러시아는 이번 사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기존 주장을 반복했다.
지난 4일 영국 솔즈베리에서는 영국으로 망명한 전 러시아 스파이 세르게이 스크리팔이 딸과 함께 독극물에 중독된 채 발견됐다.
영국은 러시아 정부가 개입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결론짓고, 자국에 주재하는 러시아 외교관 23명을 추방하기로 하는 등 양국 간 외교 문제로 비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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