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 인수 좌초로 글로벌 M&A 무대서 무역전쟁 우려"

입력 2018-03-15 11:05
"퀄컴 인수 좌초로 글로벌 M&A 무대서 무역전쟁 우려"

국익 내세운 'M&A 제동' 움직임…中당국 '퀄컴의 NXP 인수' 승인여부 주목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브로드컴의 퀄컴 인수에 제동을 걸면서 글로벌 인수·합병(M&A)을 무대로 한 무역전쟁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CNBC가 15일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결정으로 국제적 성장 기회를 찾는 기업들의 의욕이 꺾일 것으로 보고 있다. 더 나아가서는 중국 등이 보복에 나서는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로펌인 설리번 앤드 크롬웰의 프랭크 아퀼라 파트너는 모든 업종에서 국제적 M&A를 추진하는 기업들의 시각이 바뀔 수도 있다고 지적하면서 민감한 특정업종에서는 M&A의 성사 가능성이 훨씬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소프트웨어와 통신, 반도체 부문의 국제적 M&A가 당장 엄중한 심사를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M&A가 무역전쟁의 영역으로 빠져든다면 엔터테인먼트처럼 아무런 국익이 걸려있지 않은 업종에서도 외국인의 접근이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아퀼라 파트너는 인수 합의가 이뤄지기도 전에 이처럼 대규모의 M&A 시도를 선제적으로 봉쇄한 것은 국제적 M&A을 보는 미국 측의 시각에 전환점이 조성됐음을 가리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물론 미국만이 정치적 시각으로 M&A를 취급한 것은 아니다. 다른 나라도 M&A에 대해 더욱 노골적인 정치적 의도를 노출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 정부는 2014년 제너럴 일렉트릭이 자국 원전기업 알스톰을 인수하려 하자 반대를 표명하고 나섰다.

미국의 페인트·코팅재 제조업체인 PPG 인더스트리는 네덜란드의 경쟁기업 아크조 노벨을 상대로 300억 달러 규모의 적대적 인수를 시도했다가 현지 정치권의 완강한 반대 탓에 자진 철회한 바 있다.

지난해 도시바가 추진한 메모리 반도체 사업 매각도 일본 정부의 입김에 몹시 흔들렸다. 일본 정부는 특히 폭스콘처럼 중국에 자리를 잡고 있는 기업에 반도체 사업이 매각되는 것을 원치 않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와 기타 반독점 당국은 지금까지 정치적 고려 대신에 법적 선례를 기초로 승인 여부를 결정하고 있었다.

아퀼라 파트너는 이번 결정은 "통상적인 미국의 평가 방식과 어긋나는 것"이라고 밝히면서 "경제와 규제 법령에 따라 결정돼야 하는 것에 포퓰리즘적으로 접근한 셈"이라고 꼬집었다.

퀄컴이 일방적으로 CFIUS의 심사를 요청한 것도 관례에서 벗어난 것이었다. 종전에는 M&A 협상의 쌍방이 함께 CFIUS에 심사를 요청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로펌인 호건 로벨스의 빌 커틴 글로벌 M&A 부서장은 과거에는 기업들이 CFIUS를 상대하는 것을 꺼렸을지 모르지만 앞으로는 CFIUS를 걸림돌로 여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의 국익을 증진하고 보호하는 쪽으로 간다면 미국 기업들은 앞으로 해외에서 M&A 대상을 찾기가 어려워질지 모른다.

퀄컴이 브로드컴의 인수를 따돌릴 의도로 네덜란드의 반도체 회사 NXP를 인수한 것에 대해 중국 상무부가 어떻게 대응할지가 당장의 관심사다. 퀄컴은 중국을 제외한 여타 국가의 규제당국으로부터 승인을 얻고 현재 중국 상무부의 결정만을 남겨둔 상태다.

미국 측이 중국이 얽혀 있는 국익의 리스크를 이유로 내세우며 브로드컴의 퀄컴 인수에 제동을 건 사실을 감안한다면 중국 상무부가 퀄컴의 NXP 인수에 퇴짜를 놓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호건 로벨스의 커틴은 "중국 상무부가 승인을 거부하면 아마도 친절하게 그 이유를 설명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맞받아친다면 백악관이 재차 대응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그는 다만 일부 국제적 M&A가 무산된다고 해도 M&A의 모멘텀 자체가 매우 커서 전반적인 추세는 강력한 기조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js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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