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반정부세력 협상단 대변인 "서방개입 확대땐 더 큰 참상"

입력 2018-03-15 07:42
시리아 반정부세력 협상단 대변인 "서방개입 확대땐 더 큰 참상"

연합뉴스 인터뷰서 밝혀…"각국 충돌하며 이익챙기기 몰두" 비판

"시리아군의 폭주를 저지해야 한다…휴전 이행이 절실하다" 강조

"다마스쿠스 여러 연구시설에 북한 기술인력 파견…여러번 봤다"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홀로코스트가 7년간 계속되는데 시리아인의 고통은 각국의 안중에 없다"

유엔 주도 시리아 회담에서 반정부세력 협상단의 대변인으로 활동하는 야흐야 알아리디 교수(64·이스탄불대)는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각국이 시리아를 전쟁터 삼아 이익 챙기기에 매몰됐다고 비판했다.

아리디 교수는 국립 다마스쿠스대학에서 1986년부터 30년간 언어학을 가르쳤고, 방송 진행자로도 활동한 시리아 지식인이다. 2013년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 정권과 절연하고 요르단으로 탈출했으며 2015년부터 터키 이스탄불에 체류하고 있다.

작년말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의 제8차 시리아 평화회담에서 그는 국외 반정부 세력과 반군을 대표하는 '시리아협상위원회'(SNC) 대변인을 맡았다.

아리디 교수는 시리아에서 휴전이 조속히 이행돼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미국 등 서방 강국이 개입 확대에 나선다면 자칫 더 큰 재앙을 부를 수 있다고 경계했다.

시리아에서 북한 연구자들을 여러 번 목격했다는 아리디 교수는 "두 정권이 무기 분야에서 활발하게 협력했다"고 말했다.

인터뷰는 시리아군의 무차별 폭격으로 다마스쿠스 동쪽 동(東)구타에 '생지옥'이 펼쳐진 이달 초 이스탄불대 부근에서 진행됐다.

다음은 아리디 교수와 문답 내용.



--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휴전 결의도 동구타의 재앙을 멈추지 못했다. 동구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무수한 희생 후 퇴각한 알레포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 동구타는 알레포와 다르다. 동구타의 전투요원은 그 지역 토박이들이다. 소위 '외래 전사'가 아니다. 동구타 사람들은 철수협상을 하기보다는 거기서 싸우다 죽음을 맞겠다는 의지가 결연하다. 사실 이들이 도망치려고 해도 갈 곳이 없다. 이들리브는 피란민으로 넘치고, 어디를 가든 시리아군의 공격 목표물이 될 것이다. 알레포에서 이들리브로 퇴각한 사람들이 실제로 공격을 당했다.

-- 철수협상을 거부하면 알레포보다 더한 참극이 동구타에서 벌어지게 될 텐데.

▲ 누구든, 유엔이든 강대국이든 시리아군의 폭주를 제지하기 바란다. 시리아에서 더는 인명피해가 나지 않도록 휴전이 절실하다. 지난달 안보리가 휴전을 결의하지 않았나.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의 대처하기에 따라 휴전이 이행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 러시아·시리아는 동구타에 있는 알카에다 연계 조직이 주민 탈출을 막는다고 한다. 동구타 공격도 대테러전을 벌이는 것이라 주장한다.

▲ 러시아는 시리아 안팎에서 숱한 거짓말을 했다. 지난달에도 러시아는 안보리에서 휴전 결의에 찬성표를 던지고는 실제 전장에서 '거부권을 행사'했다. 러시아와 시리아는 알카에다가 동구타를 떠나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래야 동구타를 공격할 명분이 있으니까.

-- 양대 반군 조직에 견줘 소규모이긴 해도 동구타에 알카에다 연계 조직이 존재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들이 휴전을 방해하고 주민 탈출을 막는 것 아닌가.

▲ 동구타에 있는 알카에다 출신의 외래 조직원은 30명 정도다. 알카에다 시리아지부에 뿌리를 둔 '하이아트 타흐리르 알샴' 등 다른 연계 조직원이 200명 가량이다. 둘을 합쳐도 인원이 얼마 되지 않아 시리아군을 선제 공격할 처지가 아니다. 현재는 시리아군 동맹의 공격을 방어하기에 급급한 처지다.

-- 반군의 후원자인 터키가 동구타 상황을 방관하는 모습이다. 북서부 군사작전을 벌이는 데 대가로 동구타를 러시아·시리아에 내준 것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터키가 동구타를 '협상 칩'으로 쓴 건 아닐까.

▲ 러시아와 터키가 동구타를 놓고 그런 거래를 했는지는 모르겠다. 그보다는 터키가 원래 동구타 반군과는 거의 관계가 없다. 물론 터키가 더 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안보리 결의가 이행될 수 있도록 압박을 가할 수 있다. 터키는 그러나 러시아·이란과 관계 악화를 원치 않아 강하게 나가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 올해 가장 우려하는 시나리오는 무엇인가

▲ 가장 무서운 상황은 외부세력이 시리아 사태에 개입을 확대하는 것이다.

-- 이스라엘·이란의 충돌 가능성을 말하는 것인가.

▲ 아니다. 미국이, 서방이 개입을 확대하면 러시아는 그것을 좌시하지 않고 대응할 것이다. 시리아 사태가 아사드 정권과 시리아인의 대립을 넘어 강대국의 대결로 더욱 비화하기 때문이다. 그런 상화이 전개되면 시리아인의 고통은 더욱 커지게 된다.

-- 결국 시리아가 세 덩어리로 분할된다고 예측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 시리아 영토의 30% 정도를 통제하는 미국은 영원히 시리아에 있지는 않겠다고 했다. 우리는 그 말을 믿는다. 시리아인들이 나라가 쪼개지는 것을 원치 않으므로, 결국 시리아를 하나로 만들 것이라 생각한다.

-- 최근 유엔이 공개한 보고서에서 시리아와 북한의 무기 분야 협력 정황이 다시 거론됐다. 북한과 시리아의 협력관계에 대해 아는 바가 있나.

▲ 다마스쿠스 일대 여러 군사 연구시설에 북한 인력이 파견돼 있었다. 내가 다마스쿠스에 있을 때 행사장에서 북한 기술인력을 여러 번 봤다. 북한은 전부터 로켓과 화학무기 기술이 뛰어난 나라로 시리아에서 유명했다. 아사드 정권과 북한은 둘 다 독재체제라 서로 잘 통한다.

-- 유엔 시리아 평화회담이 언제 재개될까

▲ 아직 기약이 없다. 평화회담이 완전히 결렬되지 않게 노력하고 있다.

tr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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