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는 이스라엘 친구"…미국·이스라엘 더 밀착하나
폼페이오 국무장관 내정자, 친이스라엘·반이란 발언 주목
(카이로=연합뉴스) 노재현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을 경질하고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후임으로 지명함에 따라 미국의 친이스라엘 정책이 더 힘을 받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이스라엘 언론은 14일 미국 국무장관의 교체가 이스라엘에 유리하다는 분석 기사를 잇따라 내놨다.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는 이날 "틸러슨 해임이 미국과 세계에는 충격을 줄 것이지만 이스라엘을 기쁘게 할 것"이라며 폼페이오 국무장관 지명자에 대해 "이스라엘의 열광적 지지자로 간주된다"고 평가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도 "폼페이오가 이스라엘의 새로운 애인이 될지 모른다"며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이스라엘 정부가 미국 국무장관 교체에 기뻐했을 것이라는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 언론의 이런 시각은 폼페이오 국장의 친이스라엘 행보를 염두에 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과 대중동정책에서 불협화음을 노출한 틸러슨 장관과 대비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 오바마 행정부 때 맺어진 이란 핵협정에 대해 재협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틸러슨 장관은 미국이 합의의 틀 안에 머물기를 원했다.
또 둘은 이스라엘 주재 미국대사관의 이전에 관해서도 이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틸러슨 장관은 작년 12월 이스라엘 텔아비브의 미국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이전하는 시기에 대해 "그 일은 아마 내년에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예루살렘을 미래의 수도로 여기는 팔레스타인을 비롯한 아랍권의 반발을 의식한 신중한 발언이다.
그러나 지난달 국무부는 대사관 이전이 오는 5월 이스라엘 건국(1948년) 70주년에 맞춰 진행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국무부가 대사관 이전에 갑자기 속도를 낸 데는 백악관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국무부를 새로 이끌 폼페이오 국장은 틸러슨 장관과 달리 강경파로 꼽힌다.
폼페이오 국장은 2014년 "이란 핵시설에 대한 군사 공격이 외교보다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하는 등 이란에 적대적 발언을 해왔다.
작년 1월 인사청문회에서는 이란에 대해 "세계에서 가장 큰 테러 후원국"이라고 말했다.
이란과 앙숙 관계인 이스라엘 입장에서는 폼페이오 국장이 친구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다.
폼페이오 국장은 과거부터 이스라엘과 인연을 맺어왔다.
이스라엘 언론에 따르면 그는 캔자스주 하원의원으로 활동하던 2015년 이스라엘을 방문해 이스라엘 경찰로부터 안보에 관한 브리핑을 받았고 유대인들의 성지인 예루살렘의 '통곡의 벽'을 찾았다.
당시 폼페이오 국장은 이스라엘 총리와 면담한 뒤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억제하려는 노력에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또 팔레스타인인들의 이스라엘 공격이 평화의 가능성을 멀어지게 하고 있다며 팔레스타인을 비판했다.
이런 성향을 고려할 때 폼페이 국장이 앞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와 대중동 정책에서 보조를 맞출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이란 핵 문제, 팔레스타인·이스라엘 분쟁 등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밀착 관계가 깊어질 공산이 크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의 '마이웨이'가 심해지면 미국과 아랍권의 갈등이 쉽게 해결될 수 없다는 점은 우려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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