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 의지 천명' 박수현 충남지사 예비후보 자진사퇴 배경은
안희정 성추문에 자신의 사생활 의혹 부담…지방선거 악영향 우려한 듯
(대전=연합뉴스) 한종구 기자 = '내연녀 공천설'이 제기된 청와대 대변인 출신 더불어민주당 박수현 충남지사 예비후보가 14일 예비후보 사퇴를 선언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박 전 대변인이 예비후보직을 사퇴할 것이라는 소문은 지난주부터 조금씩 흘러나왔지만, 청와대 정무수석 자리를 고사하면서까지 충남지사 출마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던 그가 실제 사퇴할 것으로 보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사생활 의혹이 불어진 뒤에도 완주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특히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충남지사 후보 적합도 1위를 기록한 점 등을 고려하면 그의 자진사퇴는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큰 충격을 준다.
지역 정가에서는 그의 사퇴 배경을 놓고 안희정 전 충남지사 성폭행 의혹에 이어 불륜설과 내연녀 공천설이 잇따라 불거지면서 자신과 민주당을 향해 쏟아지는 비난을 더는 외면할 수 없었기 때문으로 풀이한다.
박 전 대변인이 이날 오후 기자들에게 이메일로 보낸 '사퇴의 변'에는 그가 사퇴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속사정이 일부 드러난다.
그는 "지난 3월 6일에 이미 예비후보직을 사퇴하려 마음을 굳혔지만, 갑자기 저에게 제기된 악의적 의혹으로 상황에 변화가 생겼다"고 밝혔다.
이어 "죽을 만큼 고통스러웠던 개인의 가정사도 정치로 포장해 악용하는 저질정치는 이제 끝내야 한다. 저 같은 희생자가 다시 없기를 바란다"면서도 "아무리 오염된 정치판에서도 옥석은 구분돼야 한다. 그것이 희망이기 때문"이라고 적었다.
그가 언급한 3월 6일은 공보비서 성폭행 의혹이 제기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도지사직을 사퇴한 날이다.
안 전 지사의 친구인 그는 출마 일성으로 안희정의 정책 계승을 꼽으며 '안희정 마케팅'을 했으나, 성폭행 의혹이 제기되면서 작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는 게 캠프 관계자의 전언이다.
그는 안 전 지사 성폭행 의혹이 불거진 이후 6일간 선거운동을 중단하기도 했다.
박 전 대변인 캠프 관계자는 "3월 6일 예비후보직 사퇴를 심각하게 고민했지만 이렇게 사퇴하는 것은 무책임하다는 참모들의 만류가 있었다"고 귀띔했다.
불륜설과 내연녀 공천설 등 사생활 문제는 사퇴를 선택하게 한 결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3월 6일은 안 전 지사의 도지사직 사퇴와 함께 자신을 민주당 공주시 당원이라고 소개한 오영환씨가 페이스북에서 박 전 대변인의 불륜설과 내연녀 공천설을 처음 언급한 날이기 때문이다.
오씨의 폭로 이후 일주일가량 진실공방을 벌이던 그는 14일 오전 민주당 최고위원회에 참석해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변인은 사퇴의 변에서 "당 최고위원회에 충분히 소명했고 최고위원회는 저의 소명을 모두 수용했다"며 "최고위원회의 수용으로 저의 당내 명예는 지켜졌다고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보직 사퇴라는 카드를 선택한 것에 대해서는 '안희정 충격'에 이어 박 전 대변인 논란이 계속될 경우 충남은 물론 전체 지방선거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중앙당의 우려를 받아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라는 촛불혁명으로 문재인 정부 청와대 첫 대변인이라는 영광을 입은 저로서는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 어떤 것이라도 마다치 않아야 할 의무가 있다"며 자신의 문제가 지방선거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을 우려했다. 거취 문제를 결단하지 않을 경우 당 차원에서 후보 자격을 박탈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민주당 차기 대권 주자 간 힘겨루기에서 희생됐다는 분석도 있다.
그는 예비후보에서 사퇴했지만, 자신에게 제기된 각종 의혹을 푸는 법정싸움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변인은 "이제 법의 심판으로 외부적 명예를 찾고 준엄한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실제 그는 오씨의 내연녀 공천설 등에 대해 명백한 허위 사실 유포라며 그를 대전지검 공주지청과 충남도선거관리위원회에 각각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상태다.
지역 정가의 한 관계자는 "박 전 대변인의 사퇴 배경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는 없지만 안 전 충남지사 성폭행 의혹과 자신에게 불거진 각종 의혹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논란이 계속될 경우 민주당 전체에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점 등도 사퇴를 결정한 배경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jkh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