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죄 받았던 필리핀 처제 성폭행 혐의 30대에 징역 7년형
광주고법 "죄질 매우 불량"
(제주=연합뉴스) 박지호 기자 = 스무살 필리핀 처제를 강간한 인면수심 30대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형이 선고됐다.
광주고법 제주형사1부는 14일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강간 등 치상)로 재판에 넘겨진 전모(39)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하고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120시간 이수를 명했다.
전씨는 2016년 11월 피해자의 친언니인 A씨와 혼인신고를 하고, A씨와 A씨 전 남편 사이에서 태어난 딸 B양과 함께 생활했다.
전씨는 A씨와의 결혼식 날짜가 2017년 2월 18일로 잡히자 2016년 12월 30일 필리핀에 있던 A씨의 아버지와 오빠, 피해자 C(20·여)씨를 제주로 오게 해 집에서 함께 지냈다.
전씨는 2017년 2월 14일 A씨를 필리핀 국적의 동료와 숙박업소에 머물도록 한 뒤 다음날 새벽 혼자 집에 들어와 거실에서 B양과 함께 자고 있던 C씨를 추행하다, C씨가 잠에서 깨 당황하자 자신의 방으로 데려가 힘으로 제압해 강간한 혐의로 기소됐다.
전씨는 1심과 2심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와 성관계를 하면서 반항을 억압하거나 항거를 곤란하게 할 물리력을 행사하지 않았고, 피해자가 성관계를 거부하지도 않아 동의가 있었던 것으로 생각했다"고 주장했다.
원심 재판부는 전씨 체구가 크지 않아 단지 C씨 팔을 잡고 위에서 몸으로 누르는 방법만으로 피해자를 강간하기 어려워 보이고, 적극적인 항거를 하지 않아 성관계를 거부하지 않는 것으로 오인될 수 있다고 판단해 전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피해 당일 C씨가 전씨와 단둘이 차를 타고 결혼식 답례품을 찾고, 카페에 가 사진을 찍기도 한 점에 미뤄볼 때 C씨 행동이 강간 피해 당사자의 행동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검찰은 "C씨가 소리를 지르거나 구조를 요청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이는 극도의 공포감 때문으로 전씨가 항거를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 협박을 가한 뒤 간음했다"며 항소했다.
2심 재판부는 C씨 피해 진술이 구체적이며 일관성이 있고, 결혼식을 앞둔 언니의 행복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려 했다는 상황 설명도 신빙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 재판부는 "성폭력 피해 이후에 주변 가족들에게도 쉽사리 피해 사실을 알리지 못하고 예전과 다름없이 일상생활을 하는 모습은 친족관계에서의 성폭력 사건에서 이례적이지 않은 점 등에 비춰 보면 C씨가 전씨와 단둘이 차를 마시고 사진을 찍었다는 점은 전의 범행 사실을 인정하는 데 방해가 되지 않는다"며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중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벌금 전과 외에 형사처벌 받은 전력이 없음을 감안했다"면서도 "피해자와의 관계, 구체적인 범행 내용 등에 비추어 그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양형 사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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