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 속 고립된 오리농장서 웬 AI" 음성군 당혹

입력 2018-03-14 10:54
"산골 속 고립된 오리농장서 웬 AI" 음성군 당혹

고병원성 판명 땐 지역 대표행사 영향 미칠까 우려

(음성=연합뉴스) 윤우용 전창해 기자 = "산으로 둘러싸여 요새를 방불케 하는 오리농장에 어떻게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가 유입됐는지 황당하기만 합니다"



추위가 꺾이고 봄의 문턱에 들어선 14일 AI 바이러스가 검출된 충북 음성군 소이면의 한 육용오리 농장 주인과 주민, 방역당국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전날 이 농장에서 키우는 오리 폐사체에서 H5형 AI 항원이 검출됐다.

방역당국은 이날 새벽 이 농장에서 사육하는 오리 1만 마리를 모두 살처분하고, 긴급 방역에 돌입했다.

통상 AI는 기온이 떨어지는 겨울철에 확산 가능성이 큰 동물 전염병이다.

이번 겨울 AI 발생 소식이 전혀 없었던 충북으로서는 안정기로 접어드는 시점에서 검출된 AI 바이러스가 더욱 뼈아프게 다가오는 이유다.

특히 농장주와 음성군 공무원들은 농장의 지형적 위치를 들어 AI 발생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해당 농장은 산으로 둘러싸여 사실상 고립된 형태라고 음성군은 전했다.

반경 500m 내에 다른 가금 농가는 없고, 민가도 찾아보기 어려운 곳이다.

반경 3㎞ 내의 가금 농가도 2.9㎞ 지점에 메추리 2만 마리를 키우는 농장 1곳뿐이다.

음성군 관계자는 "산골짜기 안에 멀리 동떨어져 있는 해당 농장은 계열사 농장이 아니라서 외부 차량 출입이 거의 없다"며 "정확한 역학조사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사료 운반이나 출하도 모두 농장 차량을 이용한다며 농장주도 황당해 하더라"고 말했다.

음성군은 해당 농가 반경 10㎞까지 가금 농가에 이동제한 조처를 내리고 예찰을 강화하는 한편 검역본부의 고병원성 여부 검사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검사 결과가 나오려면 2∼5일 정도가 걸린다.

고병원성 확진 판정을 받아 방역 태세가 장기화하면 지역을 대표하는 행사 개최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음성군의 근심이 크다.

음성군은 다음 달 8일 반기문마라톤대회, 5월 23∼27일 음성품바축제 개최를 앞두고 있다.

음성군 관계자는 "해당 농장이 마을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AI 확산 가능성이 크지 않지만, 약간의 우려도 불식할 수 있도록 저병원성으로 판명 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방역당국은 만약을 대비해 이날 0시부터 24시간 동안 충북 도내 전역에 일시 이동중지 명령을 발동하고, 3㎞ 이내 메추리 농장도 예방적 살처분을 실시하기로 했다.

jeon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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