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 의장 리셴룽 "中·印, 편가르기·줄세우기 안돼"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의장인 리셴룽(李顯龍) 싱가포르 총리가 아시아 패권 경쟁에 나선 중국과 인도의 아세안 회원국 편 가르기와 줄 세우기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14일 더 스트레이츠타임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리 총리는 전날 ISEAS-유소프 이샥 연구소 설립 50주년 기념 강연에서 아세안 회원국들이 중국과 인도를 비롯해 급성장하는 역내 강국의 영향력에 저마다 적응해야 하지만 이로 인해 아세안이 분열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현실적으로 이런 큰 흐름을 받아들여야 하지만, 그들이 아세안을 분열시키는 선을 긋도록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리 총리는 "특히 중국과 인도 등 신흥 강국은 힘과 영향력을 키우면서 새로운 기회를 만들고 있다"며 "주변국은 전통적인 이들과의 정치·경제적 관계를 유지함에 있어 이들 강국의 정책과 이해를 고려해야 하는 처지"라고 진단했다.
또 그는 미국의 정치 분위기가 바뀌었음에도 아세안은 세계 최대 경제규모를 자랑하는 동시에 '지역 안보의 닻' 역할을 해온 미국이 동남아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지속해주기를 바란다는 점도 짚었다.
리 총리는 "이런 환경 속에서 중국의 일대일로를 비롯해 다양한 국가연합 움직임이 나타냈고 누구도 이런 흐름을 막을 수는 없다"며 "하지만 이런 적자생존 상황에서도 아세안은 내부 화합을 유지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리 총리의 이날 발언은 주변 강대국의 영향력 확대 과정에서 아세안 내부 분열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로 해석된다.
특히 아세안은 지난 몇 년간 중국과의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대응 과정에서 친중(親中), 반중(反中) 그룹 간의 의견차로 극심한 내부분열을 경험했다.
라오스와 필리핀 등 대표적인 친중 국가가 의장을 맡았던 2016년과 지난해에는 내부 갈등으로 각종 회의에서 파행이 끊이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중국과 인도가 최근 경쟁적으로 동남아에 대한 영향력 확대 움직임을 보이면서, 아세안 내부에 이들 두 국가를 축으로 또 다른 편 가르기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일부 아세안 회원국과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중인 중국은 올해 처음으로 아세안과 2차례 해상군사훈련을 하기로 했다.
이에 질세라 '남중국해 반중 연대'에 동참하려는 인도는 지난 1월 '공화국의 날' 기념식에 아세안 10개국 정상을 모두 초청해 군사퍼레이드를 펼쳤고, 아세안 회원국과의 방위협력 확대도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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