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스 청동상, 논란 끝 독일 고향마을 도착…중국이 선물
마르크스 탄생 200주년 기념 동상…5월5일에 제막식
(베를린=연합뉴스) 이광빈 특파원 = 높이 5.5m에 달하는 대형 카를 마르크스 청동상이 논란 끝에 지난 6일 마르크스의 독일 고향마을인 트리어에 도착했다.
중국이 마르크스 탄생 200주년을 기념해 선물한 동상이다. 중국의 유명 건축가 우웨이산이 설계했다.
이 동상의 제막식은 마르크스의 출생일인 오는 5월 5일 열릴 예정으로, 인구 10만 명인 트리어의 시내 광장에 세워진다.
마르크스의 생가가 바라보이는 자리다.
마르크스 동상 선물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할 때까지 상당한 정치·사회적 논란이 벌어졌었다.
사회·공산주의 이론을 정립하며 세계사에 획을 그은 사상가지만, 동서독 분단을 거치고 사실상 민주주의 국가인 서독이 공산주의 국가인 동독을 흡수통일한 독일에서는 애초 마르크스를 터부시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마르크스 이론을 바탕으로 한 공산주의 국가들이 결국 독재체제화되었다는 점과, 현대사회에서 누군가를 기리기 위해 동상을 세우지 않는 경향성 등도 반론으로 작용했다.
지난해 초 중국이 동상 선물을 제안하자 중국에서 인권문제 등이 심각하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 목소리가 나왔다.
또한, 트리어에 성지 순례하듯 관광객들이 몰려 주민들을 불편하게 할 것이라고 우려하는 지역사회의 목소리가 나왔다.
보수 성향의 자유민주당과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반대 여론을 주도했다.
반면, 중도좌파인 사회민주당과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독사회당은 마르크스가 트리어가 배출한 인물이라는 점을 들며 중국의 선물을 받아들이자고 맞섰다.
결국 트리어 시의회는 지난해 투표를 벌인 끝에 찬성42표, 반대 11표로 마르크스 동상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비록 대부분의 사회·공산주의 정권이 독재체제로 변질하며 붕괴했지만, 세계적으로 부의 불평등이 사회적 불안 요소로 크게 작용하는 등 자본주의와 세계화의 부작용에 대한 비판 속에서 마르크스주의가 학문적으로 재조명받는 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마르크스는 1818년 트리어에서 태어나 본 대학에서 공부한 뒤 프랑스 파리로 이주해 프랑스 혁명 등을 연구했다. 이후 벨기에 브뤼셀로 건너가 엥겔스와 '독일 이데올리기'를 저술하며 유물론적 역사관의 기초를 완성했다.
이후 1848∼49년의 독일혁명의 시기에 '신(新) 라인신문'의 주필로 활동하며 혁명전선에 섰으나 혁명의 실패로 독일로 추방당한 뒤 영국 런던에서 자본론을 집필하고 생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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