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신 내 아들같은 일없게"…하소연 이어진 '빙상 혁신' 토론회
국회서 '빙상계 혁신을 위한 토론회' 개최…해법 없는 성토의 장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우리 아들은 빙상계를 떠났지만 다시는 아들 같은 피해자가 없도록 더 좋은 빙상계가 됐으면 합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위원회 소속 의원들 주최로 13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빙상계 혁신을 위한 토론회'에는 전·현직 빙상선수들의 가족들도 방청객으로 참석했다.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500m에 출전하고 팀추월 후보선수였던 주형준 어머니 조문자 씨는 토론회 말미에 발언 기회를 얻어 "메달을 따고 잘 탈 수 있는 선수를 밀어주고 도와줘야하는 것은 맞다"며 "그러나 그 과정이 공평해야 하고, 안 한다고 해서 찍혀서는 안 된다"고 성토했다.
주형준 외에도 두 자녀가 빙상을 한다는 조 씨는 주형준이 지난해 삿포로아시안게임 당시 매스스타트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거절했다가 불이익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2010 밴쿠버올림픽 남자 팀추월에 출전했던 하홍선의 어머니 임영순 씨는 "당시 대표 3명을 뽑는 선발전에서 아들이 3위를 했지만 4위 선수가 추천 선수로 합류했고, 월드컵 과정에서 아들을 출전시키지 않았다"며 "올림픽에선 다른 선수의 부상으로 아들이 막판에 팀추월에 출전하긴 했지만, 연습이 안 돼 결국 5위에 그쳤다"고 말했다.
임 씨는 "아들이 그 이후로 '빙상하기 싫다'고 했고 이제는 운동을 완전히 그만뒀다"며 "우리 말고도 많은 엄마들을 힘든 일을 겪으면서도 말을 못한다"고 호소했다.
이날 토론회는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 종목에서 발생한 '왕따 주행' 논란과 쇼트트랙 코치의 폭행 사건 등으로 빙상계 개혁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면서 혁신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그러나 고질적인 파벌문제가 아직 해소되지 않아 여러 이해 관계자들이 대립하는 빙상계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듯 발전적인 해법을 모색하기보다는 빙상계를 둘러싼 다양한 주장과 불만을 늘어놓는 자리가 됐다.
전명규 빙상연맹 부회장에 권한이 집중돼 있다는 비판이나 대표 선발제도의 문제점 등 여러 지적이 나왔다.
발제자로 나온 정영린 가톨릭관동대 교수는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빙상혁신위원회'를 구성해 연맹의 행정 시스템을 전면 개편해야 한다"며 "아울러 불공정한 경기관행을 청산하고 시대에 맞는 스포츠 가치를 지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론회를 주최한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이 기회에 코치에게 맞은 선수가 있는지 불이익을 경험한 적이 있는지 전수조사를 해야 한다"고 제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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