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문 총장이 밝힌 검찰개혁 구상, 국민 기대에 미흡하다
(서울=연합뉴스) 검찰이 경찰과의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도입 등 검찰개혁에 관한 입장을 제시했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13일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 출석해 업무현황 보고를 통해 입장을 밝혔다. 문 총장은 우선 문재인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 중인 공수처 도입에 대해 "국회 논의 결과를 국민의 뜻으로 알고 존중하겠다"며 전향적 입장을 보였다. 또 서울, 대전, 대구, 부산, 광주 등 고등검찰청이 있는 전국 5개 지방검찰청에 특별수사를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조직폭력과 마약 수사를 법무부 산하 가칭 '마약청'으로 이관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부패범죄를 다루는 특수수사와 강력범죄 직접수사의 총량을 줄여, 비대해진 권한을 일부 내려놓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경찰 수사과정에서 발생하는 기본권 침해와 수사오류의 즉각적인 시정을 위해서는 검찰의 사법적 통제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를 위해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과 수사종결권 그리고 영장청구권은 현재대로 검찰이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찰의 입장은, 공수처 신설 수용과 특수·강력수사 축소를 통해 현재 권한을 일부 축소하는 대신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 수사종결권과 독점적 영장청구권 등 핵심적 수사 통제권은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검경 수사권 조정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경찰 권한의 지나친 확대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진 것은 사실이다.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이 불투명하고, 수사 전문성도 만족할 만한 수준은 못 되는 데 반해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을 넘겨받는 등 권한은 급속히 커지기 때문일 것이다. 경찰의 고질적 병폐인 인권침해를 차단하는 장치도 미진하다는 시각이 엄존한다. 그러나 경찰이 안고 있는 이런 문제들이 검찰의 경찰 통제권 유지를 정당화하는 명분이 되는지는 의문이다. 경찰도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자치경찰제 도입, 수사·행정경찰 분리, 경찰위원회 내실화 등 개혁 방안을 내놓았다. 경찰이 영장청구권을 갖게 되면 자체 법률 전문가를 '영장전담관'으로 지정하겠다는 방안도 제시했다. 게다가 문 총장이 밝힌 입장은, 지난 2월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폐지하라고 권고한 내용에서도 한참 후퇴한 것이다. 검찰이 스스로 개혁에 나서기는 고사하고 '기득권' 유지에 매달리고 있다는 지적을 받을 만하다.
문 총장은 이날 사개특위에서 "그동안 검찰권한이 비대했고, 정치적 중립성과 수사의 공정성을 지키지 못했다"고 말했다.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스스로 인정한 것처럼 들린다. 그런데 문 총장이 제시한 검찰개혁 방안은 이런 자성의 태도와 거리가 있는 듯하다. 경찰과의 수사권 조정 문제에 좀 더 전향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문 총장은 사개특위에서 주목할 만한 견해도 내놨다. 여권이 추진 중인 공수처가 입법·사법·행정부 어디에도 속하지 않아 헌법상 삼권분립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그런 예이다. 또한, 경찰 정보기능이 너무 커지면 사찰정보가 될 수 있다는 우려, 자치경찰제가 도입되지 않은 상황에서 경찰이 사법통제에서 벗어났을 경우의 문제점, 법조계 전관예우를 막기 위한 법조비리 전담 조직 제안 등도 눈여겨볼 만하다. 그러나 수사권 조정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이런 제안들은 별다른 의미가 없다. 수사권 조정을 검경의 조직논리나 권력기관 사이의 권한 분배로 인식하는 태도부터 버려야 한다. 오로지 국민을 위한 개혁을 완성한다는 각오로 수사권 조정에 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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