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힝야 사태, 페이스북도 책임?…"혐오발언 확산에 결정적 역할"
(서울=연합뉴스) 한상용 기자 = 유엔이 미얀마에서 로힝야족에 대한 혐오와 증오표현을 퍼뜨리는데 페이스북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비판했다.
12일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유엔 인권이사회(UNHRC)가 로힝야족 '인종청소' 의혹 실상을 규명하기 위해 지명한 국제조사단장의 마르주키 다루스만 단장은 이날 취재진에게 소셜미디어가 미얀마에서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이러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그것은 말하자면 내부로부터의 악감정과 불화, 충돌 수위에 실질적으로 기여해왔다"며 "혐오발언은 분명히 그것의 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얀마 상황에 관한 한 소셜미디어는 페이스북이고, 페이스북은 소셜미디어"라고 말했다.
이양희 유엔 미얀마 인권 특별보고관도 이날 페이스북이 대중과 민간, 사생활에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며 그(미얀마) 정부가 정보 유포에 페이스북을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미얀마에서는 모든 것이 페이스북을 통해 이뤄진다"며 페이스북이 미얀마를 돕기도 했지만 혐오발언을 퍼뜨리는 데에도 이용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극단적 민족주의 성향의 불교도들이 페이스북 계정을 보유했고 그들이 로힝야족과 다른 소수 민족에 대한 폭력과 증오를 조장하고 있음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페이스북이 원래 의도와 달리 지금은 야수로 변한 점을 우려한다"고도 했다.
유엔 조사관과 보고관의 이러한 비판에 페이스북은 아직 공식 논평을 내놓지 않고 있다.
페이스북은 과거 미얀마에서의 혐오발언을 삭제하고 페이스북 이용자들이 그런 표현을 퍼뜨리지 못하도록 하는 작업을 벌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얀마에서는 지난해 8월 이후 정부군의 탄압, 공격에 따른 유혈 충돌로 로힝야족 무슬림 65만명 이상이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로 넘어갔다.
미얀마군은 이 충돌 과정에서 수백 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밝혔으나 민간구호단체 국경없는의사회(MSF)는 사건 초기 한 달 만에 6천700명이 학살됐다고 추정했다.
국제사회는 미얀마군의 행위를 전형적인 '인종청소' 행위로 규정해 제재 등을 가했지만, 미얀마는 이런 주장이 가짜 뉴스라고 주장하며 국제사회의 조사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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