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럴림픽] 휠체어 컬링 방민자, '십자수 10년'서 한국 첫 金 도전까지

입력 2018-03-13 12:53
수정 2018-03-13 15:49
[패럴림픽] 휠체어 컬링 방민자, '십자수 10년'서 한국 첫 金 도전까지

31세에 교통사고로 하반신 마비…십자수 빠져 '자신과 싸움'

10년 칩거 후 휠체어 컬링 입문…'에이스'로 발돋움해 패럴림픽까지



(강릉=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휠체어 컬링에서 한국 대표팀 '홍일점'으로 맹활약 중인 방민자(56)가 사고를 당한 것은 31세이던 1993년 8월이었다.

다니던 회사에서 승합차를 빌려 강원도로 단체 여름 휴가를 가는 길에 운전자가 빗길에 핸들을 잘못 꺾어 차량이 전복됐다.

승합차에 타고 있던 7명 중에서 방민자만 장애를 얻었다. 병원에서는 '하반신 마비'라고 했다.

13일 강릉컬링센터에서 만난 방민자는 "이후 병원에서 2년 가까이 있었다"며 "너무 혼란스러운 시기였다. '사느냐 마느냐'는 생각으로 머리가 꽉 차 있어서 '앞으로 어떻게 사느냐'를 고민할 겨를이 없었다"고 돌아봤다.

현재 상당수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사고 이전의 방민자도 누군가가 휠체어를 타고 생활하는 모습을 가까이서 본 적도 없었다.

병원 생활을 마친 뒤에도 충격은 가시지 않았다. 그는 사고 이후 10년간 세상과 사실상 단절된 채 살았다.

사고 이전 다니던 회사는 그만둘 수밖에 없었고, 만나던 남성과도 헤어졌다.

그 기간 방민자의 유일한 취미는 십자수였다.

그는 "좋아서 했다기보단 그렇게 몰입하지 않으면 살 수 없을 것 같아서 했던 것 같다"며 "10년간 십자수에 빠져서 나 자신과 싸움을 했다"고 회고했다.



이후 방민자는 절망 속에 갇혀 사는 언니를 지켜볼 수 없던 여동생의 권유로 장애인복지관을 찾았고, 그곳에서 운동을 시작했다.

잔디에서 하는 볼링의 일종인 '론볼'(lawn bowl)을 하던 방민자는 동료의 제안으로 여러 면에서 공통점이 많은 휠체어 컬링에 입문했고, 금세 푹 빠져들었다.

그는 여자 선수로는 드물게 호그 투 호그(스톤 속도를 측정하는 시작점과 끝점) 기록이 9초대일 정도로 독보적인 기량을 과시했다.

압도적인 실력을 과시하던 방민자는 컬링에 입문한 지 4년 만인 2009년 한국 휠체어 컬링 국가대표 선수가 됐다.

패럴림픽 출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방민자와 다른 4명의 선수가 똘똘 뭉치면서 한국은 지금까지 5승 1패를 거둬 중국과 함께 중간 순위 공동 1위를 달리고 있다.

방민자는 "금메달을 자신한다"고 말했다.

자신이 너무 힘들 때 곁에서 눈물지으며 힘이 돼 준 어머니에게 빛나는 금메달을 걸어주는 것이 방민자의 소원이라고 한다.

그의 꿈이 실현되면 이는 한국 동계패럴림픽 사상 첫 금메달로 역사에 남게 된다.



ksw0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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