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담판' 북미회담 어디서 열릴까…NYT, 후보지 9곳 소개

입력 2018-03-13 00:52
'세기의 담판' 북미회담 어디서 열릴까…NYT, 후보지 9곳 소개

"판문점, 가장 가능성 높아"…평양·워싱턴·베이징·모스크바

제네바·스톡홀름·울란바토르에 이어 제주도도 후보지로 꼽혀



(뉴욕=연합뉴스) 이귀원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간 세기의 담판이 될 첫 정상회담 장소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회담 장소가 갖는 정치적 의미에 비춰 양측 간 샅바 싸움이 치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2일(현지시간) "일부 백악관 관리는 북미 정상회담이 결코 열리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전하면서도 판문점과 제주도, 평양, 워싱턴DC, 베이징, 제네바, 모스크바, 스톡홀름, 울란바토르 등 9곳을 후보지로 소개했다.

이 중 판문점이 가장 유력한 장소로 꼽힌다. 분단의 상징성이 있는 데다 북미 모두에 부담이 적은 곳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NYT는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석을 논의하기 위해 남북 간 회담이 열린 데다 4월 말엔 남북 정상회담이 개최될 예정인 판문점 '평화의 집'을 지목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도 11일 "스위스·스웨덴·제주도 등 장소가 많은 관심을 끌고 있는데 판문점도 유력한 대안 중 하나로 본다"고 말했다.

평양과 워싱턴DC도 주목받는 곳이나 난점이 적잖다.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을 평양에 불러들였다거나 김 위원장이 미국의 수도에 당당히 입성했다고 주장하는 등 대내외 '선전전'에 활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NYT는 평양에서 회담이 개최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난처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인 지난 2000년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이 방북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집단체조를 관람했고, 당시 북측은 집단체조에서 미사일 장면을 시연해 북한과 미사일 협상을 위해 방북한 올브라이트 장관을 난처하게 한 적이 있다.

워싱턴DC 역시 가능성이 없진 않으나 김 위원장이 첫 해외 방문지로 미국의 수도를 택하는 것이 쉽잖은 데다 미국측으로서도 북측에 선전 기회를 주는데 주저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파격적으로 정상회담을 제안하고 수용한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예측을 뛰어넘는 행보를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NYT는 원희룡 제주지사가 북미 정상회담 장소로 제주도를 제안한 것을 소개하며 이곳을 후보로 올렸으며, 서울 등 다른 도시보다 경호가 용이하다고 설명했다.



베이징과 모스크바도 후보지로 꼽혔다.

베이징은 과거 김정일 위원장이 자주 방문했던 곳이자 북핵 6자회담이 열렸던 곳이다.

일각에선 중국이 북미 정상회담 유치를 희망할 수 있지만 북·중 관계가 악화한 가운데 북측이 거절하면 중국의 체면이 구겨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NYT는 모스크바에 대해서는 김 위원장이 제2차 세계대전 승전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2015년 방문할 예정이었지만 취소했던 곳이라고 소개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 스캔들과 관련해서 특검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모스크바를 찾는 게 좋게 보이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제네바는 김 위원장이 유년시절인 1990년 후반 유학을 했던 곳으로 다른 어떤 장소보다 친밀한 곳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북미 간 1.5트랙(반민 반관) 접촉 장소로 애용돼왔던 스톡홀름에 대해선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조만간 방문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상회담 후보지가 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고 전했다. 차히아긴 엘베그도르지 전 몽골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 장소로 제안한 울란바토르도 후보지로 올랐다.

lkw77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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