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인트' 박해진 "또 유정 선배? 제게는 마지막 숙제 같은 작품"
"'한류스타' 수식어 어색…연기 잘하는 배우로 평가받았으면"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같은 배역을 TV 드라마에 이어 영화에서 맡는다는 것은 배우에게 '양날의 검'이다.
관객이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지만, 드라마와 똑같으면 똑같다고, 다르면 다르다고 이런저런 뒷말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박해진(35)에게도 영화 '치즈 인 더 트랩' 속 유정 역할은 큰 도전이었다. 유명 웹툰이 원작인 데다, 불과 2년 전 같은 역할을 맡아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12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만난 박해진은 "더 늦기 전에 드라마에서 보여주지 못했던 모습을 영화를 통해 완벽하게 보여주고 싶었다"면서 "마지막 유정이자, 숙제 같은 작품"이라고 말했다.
실제 만난 박해진은 유정과 닮은듯하면서도 달랐다. 극 중 유정은 외모, 성격, 집안 등 겉으로만 보면 모든 것이 완벽한 '엄친아'다. 박해진 역시 외양만 보면 '만찢남'(만화를 찢고 나온 남자) 그 자체다.
하지만 말수가 별로 없는 유정과 달리 박해진은 모든 질문에 빠른 말투로 청산유수의 대답을 쏟아냈고, 시종일관 여유가 넘쳤다.
박해진은 "저도 유정처럼 사람들이 대하기 어려운 사람 축에 속한다"면서도 "실제 성격은 밝고, 남들에게 살가운 편이지만, 그런 성격을 일부러 다 드러내려고 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유정은 복잡다단한 캐릭터다. 모든 사람에게 친절하게 대하지만, 사실은 상처받기 싫어 일정한 거리를 둔다. 선의를 베풀면서도, 상황이 제 뜻대로 돌아가도록 철두철미하게 계산하고, 뒤에서 사람을 조정하기도 한다. 그러다 자신의 본모습을 알아챈 후배 홍설(오연서)에게는 속내를 털어놓는다.
"유정이 사이코패스라고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표현하는 방식이 남들과 다를 뿐, 더 순진하고 순수한 인물이죠. 오히려 아이 같은 면이 있습니다. 그래서 홍설을 대할 때는 진심을 다 드러내죠."
박해진은 드라마에서는 김고은, 영화에서는 오연서와 각각 연기호흡을 맞췄다. 두 배우 모두 홍설 역이다. "둘 다 사랑스럽고 예쁘죠. 그러면서도 다른 매력이 있어요. 드라마 속 홍설은 조금 더 솔직하고, 영화 속 홍설은 똑 부러진 면이 있죠."
박해진은 여배우들과 대화를 많이 한다고 했다. 오연서도 얼마 전 언론 인터뷰에서 "박해진은 '걸 토크'가 가능한 선배"라고 밝혀 웃음을 자아냈다.
"제가 사실 피부관리나 케어, 화장품 등 뷰티 쪽에 관심이 많아요. 그래서 정보 공유를 많이 하는 편이죠. 그뿐만 아니라 세상 돌아가는 모든 것에 관심이 많고, 궁금한 것을 못 참는 성격입니다. 요즘에는 가구나 스탠드, 인테리어 등에 관심이 있습니다."
박해진은 올해 데뷔 12년 차다. 2006년 KBS2 드라마 '소문난 칠공주'에서 '연하남' 역할로 데뷔한 뒤 드라마 '하늘만큼 땅만큼', '에덴의 동쪽', '열혈 장사꾼' 등에 출연했다.
또 중국 드라마 '첸더더의 결혼이야기''또 다른 찬란한 인생' '연애상대론' 등에 출연하며 10여년새 한류스타로 우뚝 섰다. 다음 달에는 중국 최대 SNS인 웨이보(微博)에 한류스타로는 처음으로 영상채널 '박해진 V+'도 개설한다.
"한류스타라는 말은 아직도 어색하고 부담스럽습니다. 신인 때와 달라진 게 있다면 조금 더 연기에 능숙해졌다는 것이죠. 예전에는 촬영하고 나면 시청자 게시판을 보는 것도, 방송 다음 날 기사를 보는 것도 두려웠습니다. 지금도 연기가 내게 맞는 옷이라는 느낌이 들지는 않지만, 과거보다는 더 흥미와 재미를 느끼고 있습니다. 물론 작품에 임하는 자세는 예전이 더 적극적이고 활달했던 것 같아요."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 이후 3년째 중국을 찾지 못했다는 박해진은 "요즘은 (한한령이) 풀릴 기미가 보이는 것 같다"면서 "내년 방영 목표로 중국 드라마 출연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해진은 최근에는 SBS TV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를 히트시킨 장태유 PD가 연출하는 사전 제작 드라마 '사자'를 촬영 중이다. 추리형 판타지 로맨스 극으로, 박해진은 1인 4역에 도전한다.
"배우에게는 연기를 잘한다는 말이 가장 큰 칭찬인 것 같아요. 어떤 캐릭터를 연기하든 배우 박해진이 보이는 게 아니라 그 캐릭터가 오롯이 보이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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