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대책, 여성을 인구정책 수단으로만 인식…재설계해야"

입력 2018-03-12 09:06
"저출산 대책, 여성을 인구정책 수단으로만 인식…재설계해야"

여가부, 특정성별영향분석평가에 따른 개선권고

여성폭력 2차 피해 방지 위한 검찰·경찰 교육 강화 권고



(서울=연합뉴스) 김희선 기자 = 저출산 대책이 여성을 '인구정책의 대상 혹은 수단'으로만 다루고 있어 여성의 건강과 삶을 중심으로 대책을 재편할 필요가 있다는 정부 권고가 나왔다.

성폭력·가정폭력 등 여성폭력 범죄 수사과정에서의 2차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검사, 경찰 등 수사업무 종사자 대상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권고도 나왔다.

여성가족부는 2017년 특정성별영향분석평가에 따라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과 검사·경찰 대상 교육과정에 대한 개선과제를 보건복지부, 검찰청, 경찰청 등 관계부처에 권고했다고 12일 밝혔다.

특정성별영향분석평가는 여가부가 각 부처의 주요 정책과 법령을 양성평등 관점에서 분석·검토해 개선을 권고하는 제도다. 개선권고를 받은 부처는 내달 11일까지 개선계획을 수립하고, 2019년 4월까지 법률개정, 예산반영 등 개선결과를 제출해야 한다.

여가부는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과 관련, 계획의 목표가 '출산' 자체에 집중돼 있어 아동을 출산하는 데 필요한 '모성건강'만을 강조하고, 여성의 생애주기에 따른 재생산 건강권(성 건강, 임신 출산과 관련된 재생산 건강 등을 포함해 성적 속성과 연관된 문제에 대해 자유롭고 책임 있게 결정할 권리)에 대한 고려는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기본계획의 핵심목표인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 2020년 1.5명)은 '여성은 당연히 출산해야 하는 존재'라는 전제가 반영된 것이라는 점에서, 임신·출산지원 분야의 성과지표로 제시한 임신유지율은 출산율 제고를 위해 여성의 재생산을 관리·규제하는 국가주의적 시각에 기반을 둔 것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기본계획에서 '포용적 가족관 형성'을 주요 과제로 제시하고 있으나, 세부 정책에서는 여전히 법률혼을 전제한 제도들이 유지되고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행복주택 신청 시 혼인관계를 증명하거나 혼인계획을 청첩장 등으로 증명하도록 한 것, 동거부부일 경우 아빠는 육아휴직이 불가능한 것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에 따라 여가부는 일차적인 임신·출산 지원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남녀 생애 전반의 재생산 건강권 증진을 위한 과제'를 마련해 기본계획에 반영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에 비해 현저히 높은 모성 사망(임신·분만 관련 질환으로 인한 사망)을 줄이기 위한 정책 방안을 마련할 것, 난임 부부의 의료·심리 지원을 위한 맞춤형 상담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공식 가이드라인을 개발할 것 등을 보건복지부에 권고했다.

또 비혼 출산에 대한 포용적 분위기 형성과 정책적 지원을 기본계획의 핵심과제로 삼아 법률혼을 전제로 한 차별적 제도를 개선해 나가고 중장기적으로는 인공임신중절에 따른 여성 건강권 확보 방안 등을 마련할 것도 권고했다.

검사·경찰의 교육과정과 관련해서는 성폭력, 가정폭력 등 여성폭력 범죄 수사과정에서의 2차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수사과정에서 피해자에 대한 진술 강요, 범죄와 관련 없는 질문, 신상 노출, 가해자와의 대질신문 등 2차 피해에 대한 우려가 신고를 더욱 기피하게 한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여가부는 "현재 검찰과 경찰에서 피해자 보호와 관련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지만, 교육대상자가 소수로 한정되어 있고 의무교육도 아니라는 점에서 효과성이 높지 않다"고 지적하면서 수사업무 종사자 교육에 여성폭력 통합 대응사례 교육, 성인지 교육 등을 신설·강화하고, 경찰대학의 교양필수 과목에 양성평등 의식 제고를 위한 내용을 반영할 것, 재직 경찰에 대해서도 여성폭력 2차 피해 예방을 위한 교육을 강화할 것 등을 권고했다.

hisunn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