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트럼프 '핵합의 파기' 위협속 중·러와 대형 인프라 계약

입력 2018-03-11 20:12
이란, 트럼프 '핵합의 파기' 위협속 중·러와 대형 인프라 계약

중국과 전철 차량 도입 계약, 러시아와는 유전 공동 개발 추진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를 재협상하지 않으면 파기하겠다고 위협하는 가운데 이란은 반미 진영이자 우방인 중국, 러시아와 밀착하는 모양새다.

이란은 트럼프 대통령이 스스로 정한 재협상 시한이 두 달 앞으로 다가왔으나 이들 두 국가와 대형 사회기반시설(인프라) 계약을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다.

중국 철도차량제작회사 중국중차(CRRC)는 테헤란기차제작회사(TWMC)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7일(현지시간) 테헤란 전철 차량 630량을 공급하는 사업을 수주했다.

약 8억 유로(1조1천억 원) 규모의 자금 조달에는 중국 방산업체 노린코그룹(북방공업)이 관여한다고 현지언론들이 보도했다.

이란은 630량 가운데 56량만 완제품으로 중국에서 수입하고 나머지는 5년간 자국에서 반제품 조립 방식 등으로 자체 생산할 예정이다. CRRC는 관련 기술을 전수하기로 했다.

CRRC는 또 같은 날 이란 국영투자사 이란산업발전개발공사(IDRO)와 이란 주요 도시 아흐바즈, 시라즈, 타브리즈의 전철 차량 450량(약 6억 유로 상당)을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이 계약도 중국 측이 자금을 대기로 했다.

앞서 중국 국영기업들은 지난해와 올해 시라즈∼부셰르 구간 철도, 테헤란∼마슈하드 구간 철도 건설과 마슈하드∼호라산라자비 구간 철도 전철화 등 사업비가 수조 원에 이르는 대형 사업도 수주했다.

철도는 경제 개발 인프라의 중추인 운수·교통에 투자하려는 이란 정부와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를 완성하려는 중국 정부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분야다.



러시아는 이란 에너지 사업에 빠르게 진출하고 있다.

양국은 6일 테헤란에서 열린 장관급 경제공동위원회에서 원유, 천연가스 분야에서 협력 관계를 넓히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교환했다.

이 양해각서엔 이란 내 원유, 천연가스 개발 사업에 러시아가 참여할 뿐 아니라 양측이 제3국의 에너지 사업에도 공동진출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양국 간 에너지 분야 협력과 관련, 아미르호세인 자마니니어 이란 석유부 차관은 9일 "2개 러시아 석유회사에 이란 유전 3곳의 개발권을 넘기는 계약이 몇 주 안에 발표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석유회사가 이란 내 에너지 개발에 직접 진출한 사례는 지금까지 없었다. 이란은 핵협상 타결 뒤 기대했던 유럽 에너지 회사의 이란 진출이 부진하자 러시아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란은 핵합의가 이행된 2016년 1월 이후 외국 에너지 회사와 양해각서만 36건을 맺었지만 유일하게 최종 계약까지 성사된 건은 프랑스 토탈과 남부 파르스에조누비(사우스 파르스) 가스전 11공구를 공동 개발키로 한 사업뿐이다.

이 개발 사업에도 중국석유천연가스유한공사(CNPC)가 지분(30%) 참여했다. 그러나 핵합의가 파기될 위기에 처하자 토탈이 철수하고 중국 측이 지분을 모두 인수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 정부의 영향을 덜 받지만 실제로 미국이 핵합의를 파기하고 대이란 제재를 부활할 때 이들이 이란 내 사업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토탈이 계약한 파르스에조누비 가스전 11공구 사업을 보더라도, 유럽연합(EU)이 대이란 제재에 동참하면서 2009년 토탈이 포기했던 사업권을 CNPC가 인수했으나 제재가 더 강력해지자 2012년 결국 철수한 바 있다.

그러다 토탈이 사업권을 재인수했고 여기게 CNPC도 지분 참여를 한 것이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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