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럴림픽] 아름다운 꼴찌, 북한 김정현…시상식 뒤 결승선 통과
북한, 동계패럴림픽 데뷔전…크로스컨트리 15㎞에서 의미 있는 완주
(평창=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한국이 2018 평창동계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첫 메달을 획득한 날, 북한도 의미 있는 역주를 펼쳤다.
북한 노르딕스키 대표팀 마유철(27)과 김정현(18)은 11일 강원도 알펜시아 바이애슬론센터에서 열린 장애인 크로스컨트리 스키 남자 15㎞ 좌식 종목에 나란히 출전해 완주에 성공했다.
이날 경기는 총 29명이 출전했는데, 마유철이 1시간 4분 57초 3의 기록으로 26위 자리에 올랐고 김정현은 1시간 12분 49초9의 기록으로 27위에 그쳤다.
중도 포기한 두 명의 선수를 제외하면 최하위 기록이다.
1위를 차지한 우크라이나 막심 야로비(41분 37초 0)와 20분 이상 차이 났다.
비록 성적은 좋지 않았지만, 두 선수의 역주는 현장을 찾은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안겼다.
두 선수는 지난해 12월 장애인 크로스컨트리스키를 시작한 초보다.
북한 백두산 등지에서 가벼운 훈련을 하다 지난달에야 국제무대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평창패럴림픽 대회는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로부터 와일드카드를 부여받아 참가했다.
이날 두 선수는 모든 선수 중 가장 먼저 출발했다. 월드컵 랭킹 역순에 따라 김정현이 1번, 마유철이 2번 선수로 스타트를 끊었다.
경기장을 찾은 김문철 북한 대표단장 등 북한 관계자 십 수 명은 힘차게 두 선수를 응원했다.
실력은 확연하게 차이 났다. 두 선수는 0.75㎞ 구간을 3분 10초대에 끊어 선두 그룹과 이미 1분 이상 벌어졌다.
두 선수는 조지아의 테무리 다디아니가 경기를 포기한 5.92㎞ 구간까지 최하위를 기록했다. 두 선수는 하위권 그룹에도 5분 이상 뒤처졌다.
그러나 북한 선수들은 경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이를 악물며 뛰었다.
워낙 차이가 크게 나는 바람에 웃지 못할 해프닝도 발생했다.
김정현은 메달 획득 선수들의 현장 공식 세리머니가 끝난 뒤에야 결승선을 통과했다.
보통 메달 획득 선수들의 현장 세리머니는 모든 선수의 경기가 끝난 뒤 펼쳐지는데, 김정현이 워낙 늦다 보니 세리머니가 경기 중 펼쳐진 것이다.
김정현은 선수들이 현장을 빠져나간 뒤에야 홀로 결승선에 들어와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비록 현격한 차이를 보였지만, 현장을 찾은 관중들은 북한 선수들을 따뜻하게 반겼다.
수십 명의 관중은 한반도기가 붙은 흰색 패딩을 입고 북한 선수들은 응원하기도 했다.
마유철과 김정현은 한국 관중들을 향해 두 손을 번쩍 들고 감사 인사를 했다.
다만 두 선수는 경기를 마친 소감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대꾸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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