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럴림픽] 두 다리 잃고 꿈 키운 신의현, 대한민국에 희망을 심었다

입력 2018-03-11 11:07
[패럴림픽] 두 다리 잃고 꿈 키운 신의현, 대한민국에 희망을 심었다

장애 얻고 식음 전폐했던 신의현, 가족의 힘으로 꿈 품고 위대한 도전

평창동계패럴림픽 첫 메달, 감동의 레이스



(평창=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한국 동계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도전사에 한 획을 그은 신의현(37·창성건설)은 장애를 갖기 전까지 부모님의 밤 농사를 도와주던 보통의 청년이었다.

그는 대학교 졸업을 앞둔 2006년 2월,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인생의 큰 고비를 맞았다.

사경을 헤매던 신의현은 두 다리를 자른 뒤에야 겨우 의식을 찾았다.

하루아침에 혼자 힘으론 거동도 못 하는 장애인이 되자 그는 식음을 전폐했다.

삶의 이유를 잃어버린 신의현은 근 3년 동안 방안에 틀어박혀 살았다.

그는 "밖의 세상을 두려웠다. 어떤 일을 하며 살아야 할지 막막했다"고 말했다.

심신이 지친 신의현은 부모님께 왜 자신을 살려냈느냐며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현실을 인정하기 힘들었다.



신의현을 일으켜 세운 이는 옆에서 뒷바라지해준 어머니와 아내였다.

그는 재활 운동 차원에서 시작한 휠체어 농구를 통해 운동의 즐거움을 알게 됐고, 장애인 아이스하키, 휠체어 사이클 등 각종 장애인 스포츠를 섭렵했다.

비장애인일 때는 별다른 꿈이 없던 보통의 청년은 두 다리를 잃은 뒤 원대한 꿈을 안게 됐다.

신의현은 2015년, 민간기업 최초의 장애인 실업팀인 창성건설 노르딕스키 팀에 합류한 뒤 한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장애인 노르딕스키 선수가 됐다.

농사일을 도우면서 만든 허릿심과 지구력, 끈기를 바탕으로 세계 최정상급 선수가 됐다.

소속팀 창성건설은 신의현에게 날개를 달아줬다.

대다수 장애인 선수들은 경제적인 문제 어려움을 겪곤 하는데, 신의현은 소속팀의 지원을 받으며 비교적 체계적으로 실력을 쌓을 수 있었다.

2018 평창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대회를 앞두곤 해외전지훈련과 각종 국제대회에 출전하며 자신감을 쌓았다.

그는 지난해 1월 우크라이나 리비프에서 열린 '2017 리비프 파라노르딕스키 월드컵' 크로스컨트리 5㎞ 남자 좌식 종목과 크로스컨트리 15㎞ 남자 좌식 종목에서 한국 노르딕스키 역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금메달을 획득하며 기대를 모았다.

올해엔 크로스컨트리와 사격을 결합한 바이애슬론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그는 총기관리가 엄격한 국내에서 사격훈련에 어려움을 겪었는데, 최근 해외전지훈련에서 마음껏 사격훈련을 하며 약점을 메웠다.

신의현은 11일 강원도 알펜시아 바이애슬론 센터에서 열린 장애인 크로스컨트리스키 남자 15㎞ 좌식 종목에서 동메달을 차지했다.

한국이 동계패럴림픽 크로스컨트리스키에서 메달을 획득한 건 처음이다.

cy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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