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럴림픽] 시각장애 양재림 "9위 성적 아쉽지만 응원에 감사"

입력 2018-03-11 10:58
[패럴림픽] 시각장애 양재림 "9위 성적 아쉽지만 응원에 감사"

가이드러너 고운소리 "자국 패럴림픽이라 긴장…실수에 책임감"



(정선=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 "가족과 친구들이 응원 왔는데 컨디션이 좋지 않았고 긴장을 많이 해 실수를 했다. 응원해준 많은 분께 감사를 드린다."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 알파인스키 시각장애 부문에 출전한 양재림(29)은 11일 강원도 정선 알파인경기장에서 열린 첫 레이스인 여자 슈퍼대회전을 마친 후 아쉬움과 고마움을 동시에 표현했다.

양재림은 이날 가이드러너 고운소리(23)와 호흡을 맞춰 레이스를 펼쳤지만 1분 43초 03의 기록으로 참가 선수 11명 중 9위에 그쳤다. 최근 기량이 급상승하면서 메달권까지 내심 기대했던 양재림으로서는 아쉬운 성적표다.

전체 선수 중 10번째로 레이스에 나선 양재림은 비장애인인 고운소리의 신호에 따라 슬로프를 내려왔다.

양재림은 태어난 직후 망막 병증으로 왼쪽 눈은 완전히 볼 수 없고, 오른쪽 눈도 비장애인의 10분 정도밖에 보이지 않는다.

3년 전부터 자신의 '눈' 역할을 해주는 고운소리와 호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양재림은 "자국에서 열리는 패럴림픽인 데다 첫 경기라서 긴장을 많이 했던 것 같다"면서 "하루 쉬면서 다음 경기부터는 실수하지 않도록 준비를 잘하겠다"고 말했다.



가이드러너인 고운소리도 "스타트를 하고 나서 작은 실수가 있었다. 언니에게 조금 미안하고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하지만 실수 내용은 우리만 아는 것이라 언급하지 않고 싶다. 집중해서 다음 경기에 대비하겠다"고 전했다.

둘은 안방 홈팬들의 뜨거운 응원에는 다소 놀랐다는 반응이다.

양재림은 "경기장이 멀고 날씨가 춥기 때문에 가족들과 친구들에게도 선뜻 말하지 못했는데, 많이 찾아줬다. 또 국내분들이 피니시라인을 통과할 때 환호하고 박수를 쳐줘 감사했다"고 고마움을 표현했다.

고운소리도 "언니와 블루투스 스피커를 통해 신호를 전달하는 데, 둘 다 관중 환호는 느끼지 못했는데, 결승선을 오고서야 많은 분이 와주셔 놀랐다"면서 "자국 대회라는 걸 실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평소 컨디션 조절 방법에 대해선 양재림은 "되도록 몸을 움직이면서 긴장을 풀려고 한다"고 대답한 반면 고운소리는 "코스를 떠올리고 데이터를 살펴보면서 이미지 트레이닝에 집중한다"고 말했다.

2014년 소치 동계패럴림픽 때 대회전 4위로 아깝게 메달을 놓쳤던 양재림은 13일 슈퍼복합에 다시 출전한다.

양재림은 "내일은 아직 일정이 안 나왔지만 정선경기장 연습 코스에서 팀 훈련이 있을 것 같다"면서 "실수를 줄여 다음 경기에서는 더욱 나은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chil881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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