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지방선거 출마하려면 당원 데려오라"

입력 2018-03-11 06:30
한국당 "지방선거 출마하려면 당원 데려오라"

광역단체장 신청자는 200인 이상 모집…심사료도 300만원

(서울=연합뉴스) 이슬기 기자 = 자유한국당이 '6·13 지방선거' 출마 후보자들에게 신입 당원 모집 의무와 함께 당비뿐 아니라 심사료도 요구하고 있어 부담이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년 등 정치신인의 경우 본격적인 선거운동 기간 전부터 지출해야 할 각종 비용이 만만치 않은 데다 신입 당원 모집까지 겹쳐 부담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한국당은 지난달 27일 홈페이지에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후보자 추천신청 공고'를 냈다.

후보자 신청을 위해 필요한 총 25종의 제출 서류에는 '신규 당비납부 신청당원 입당원서'도 포함됐다.

기초의원 신청자는 30인 이상, 광역의원 신청자는 50인 이상, 기초단체장 신청자는 100인 이상, 광역단체장 신청자는 200인 이상의 신규 당원 입당원서를 각각 받아와야 한다.

한국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사태를 겪으며 당세가 급속히 약화되자 그동안 현역 의원과 당협위원장 등을 대상으로 '당원 배가운동'을 전개해왔다.

그 연장선에서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후보자 공모와 연계해 당원 늘리기에 매진하는 것이다.



일부 출마 희망자들은 이 같은 조건이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한다며 한숨을 쉬고 있다.

기초단체장에 출마할 예정인 A씨는 11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 정도 할 수 없다면 선거에 출마하면 안 되는 것 아닌가 싶다가도 새로운 당원들을 모집해야 하니까 힘든 것은 사실"이라며 "출마 희망자들이 한 지역에도 여러 명이기 때문에 당 전체로서는 엄청난 당원 증가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A씨는 "다른 후보들과 겹치는 당원은 셈에서 제외하기 때문에 기준보다 넉넉히 모집해야 했다"고 전했다.

기초의원에 출마하는 B씨는 "지난달 27일 공고가 떴고 지난 4일부터 접수를 받았으니 1주일도 안 되는 시간이었다"면서 "신입 당원을 모집하기에는 공고 기간이 너무 짧았다"고 토로했다.

한국당은 아울러 후보자들의 당비납부 개월 수를 4년 전 6개월에서 이번 선거에서는 3개월로 줄이는 대신 '심사료'를 신설했다.

광역단체장은 300만원, 기초단체장은 200만원, 광역의회의원은 150만원, 기초의회의원은 100만원의 심사료를 각각 내야 한다.

청년이나 장애인·기초생활수급자 및 국가유공자는 심사료가 50% 감면되지만, 등록 신청비가 20만원인 민주당과 비교해도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의원 선거에 출마한다는 C씨는 "심사료의 경우 '공천장사'를 한다는 생각이 다소 들었다"면서 "후보자 심사를 하는 데 돈이 그렇게 많이 들까. 신인 정치인에게는 부담스러운 액수"라고 하소연했다.

C씨는 "명함을 만들고, 각종 홍보물을 인쇄하고, 선거 사무실을 구하는 데 드는 돈이 만만치 않다. 선거비용은 선거기간 단 2주간 쓴 비용만 보전되기 때문에 모두 자기 돈으로 감내해야 한다"며 "여전히 돈 문제는 정치신인에게 장벽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당 관계자는 "심사료는 이번에 공천관리위원회 의결로 새로 추가된 항목이지만, 기존에는 6개월간 내야 했던 월별 직책 당비가 당헌·당규 개정으로 3개월로 줄었기 때문에 심사료로 충당한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출마자가 당에 내야 하는 돈은 같은 셈"이라고 설명했다.

wis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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