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파격' 성공할까…미 언론 "고위험 도박"
즉흥적 스타일에도 우려 "부동산 협상과 핵 협상은 달라…준비 제대로 해야"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미국 언론들은 9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회담 제안을 전격 수락한데 대해 북핵 해법의 돌파구가 될 '역사적 만남'으로 평가하면서도 우려 섞인 시선도 함께 보냈다.
오랜 교착상태 끝에 시도되는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이라는 점에서 엄청난 위험부담을 떠안게 됐다는 것이다. 철저한 사전 준비 없이 특유의 즉흥적 스타일로 임했다간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CNN방송은 "북한이 외교적 대화를 통해 양보하는 것처럼 해놓고 핵무기 개발을 수십 년간 반복해온 역사를 고려할 때 트럼프 대통령 역시 덫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크다"며 "회담 성과에 대한 회의론도 적지 않은 상황에서 그 결과에 따라 미국의 위신과 본인의 신뢰도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수락 결정 및 발표 방식에 대해서도 "충동적 모양새를 연출했다는 점에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실에 들러 '중대발표'를 직접 예고했을 때까지도 백악관내 상당수 핵심관계자 조차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몰랐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조차 아프리카 순방으로 멀리 떨어져 있던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이 위험부담이 큰 외교적 협상에 대해선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도 이번 도박판을 더욱 키우는 요인"이라며 "부동산 사업가 출신으로 협상의 달인을 자임해왔지만 고난도의 '핵 협상 기술'은 또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한 이번 '깜짝 발표'가 트럼프 대통령을 옥죄고 있는 포르노 여배우와의 과거 성관계설이나 '러시아 스캔들'의 후폭풍 등을 일시적으로 잠재울 수 있겠지만, 북미정상회담이 완전한 비핵화를 견인하지 못한 채 사진만 찍는 자리로 전락한다면 미국의 신뢰도에도 치명상이 될뿐더러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도에도 더욱 빨간불이 켜지게 될 것이라고 CNN은 보도했다.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도 '트럼프의 고위험 즉흥작품'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보는 이의 숨을 멎게 하는 이번 도박은 트럼프 대통령의 즉흥적 스타일을 고스란히 반영하는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카리스마와 재능으로 어려운 핵 문제를 풀어낼 것이라는 '역사의 위인이론'을 믿고 있지만, 그 역시 전임 대통령들처럼 자신이 마법을 펼칠 수 있을 것이라는 자만심의 오류에 빠질 수 있다"고 전했다.
NBC 방송은 "외교적 해법을 주장했던 사람들조차 트럼프 행정부가 냉전 이후 가장 도전적이 될 수 있는 이번 핵 협상에 대해 얼마나 제대로 준비가 돼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며 대북라인 공백에 대한 우려와 함께 "철저한 사전 준비 없이 협상에 나섰다가는 큰 코를 다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 역시 그가 비난했던 전임 대통령들처럼 북한이 양보했다는 착시에 또다시 빠질 위험이 여전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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