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위기 해결에도 '삼 세번' 법칙 적용될까…북미정상회담 고비
문재인, 트럼프, 김정은 모두 거대한 '정치적 도박'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기자 = 1994년 1차 북핵 위기, 2002년 2차 북핵 위기는 모두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의 도약에 대한 미국의 '불용' 반응에서 시작돼 미국의 대북 군사 공격 검토로 한반도 전쟁 위기를 거쳐 1차는 북미 간 제네바 합의로, 2차는 6자회담 속 북미 간 대화로 수습 국면을 맞았었다.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정도로 발전한 것이 초래한 2017년 3차 북핵 위기도 자욱한 전운을 뚫고 최초의 북미 간 정상회담 합의로 일단 안정 상태를 맞았다.
'삼 세번'만에 북핵 위기가 '수습' 정도가 아니라 '해결' 수순에 들어갈 수도 있다는 한 가닥 기대는 북미 양자 간 고위급 회담 수준이 아니라 북한이 시종일관 갈망해온 양자 정상회담이 마침내 시야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와 전문가들 가운데 김정은 위원장의 의도를 의심하며 경계하는 목소리가 많고,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한국 정부 관리들도 기대 수준이 너무 높아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그러나 김정은 위원장에게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은 사실상 자신의 최후의 카드다. 한·미동맹 이간 등의 수준이 아니라 자신의 정권의 운명을 건 합의를 이루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위원장의 제의를 덥석 잡은 트럼프 대통령이나 북미정상회담을 중재한 문재인 대통령도 연이어 열릴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에 전력을 기울일 것이다.
그렇더라도 세 사람에게 이들 회담은 일생일대의 정치적 도박인 셈이다. 회담의 성공을 보장해주는 것은 없고, 실패하면 자신들의 정치적 운명은 물론 한반도 안보 정세가 지난해와 비교 안 될 정도로 악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영국의 BBC방송은 9일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속내를 읽기 힘든 공산주의 국가와 벌이는 거대한 도박"이 "실패하면 정치적 시련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에게 북한과 대화는 "정치적 점수를 따고 잃는 문제가 아니다"고 이 방송은 풀었다. 고 노무현 대통령의 비서실장으로서 시작했던 일을 완수하는 것이고 실향민인 90세 노모의 소망을 이루는 것이기도 하다.
이 방송은 "문 대통령이 성공하면 핵전쟁의 위험을 줄이고 노벨 평화상을 탈 수도 있을 것"이고 "실패하면 벼랑 끝 상황으로 돌아가게 된다"고 지적했다.
방송은 문 대통령이 국내에서 지지자들에겐 "외교의 천재" "최고협상가"로 불린다고 소개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내비친 대화의 희망을 두 손으로 잡아채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나라를 망치려는 공산주의자"라는 반대파의 표현도 방송은 소개했다.
존 딜러리 연세대 교수는 "사람들은 북한의 매력 공세라고들 하지만 내가 보기엔 실제론 한국의 매력 공세다. 문 대통령이 원했던 결과"라고 이 방송과 인터뷰에서 말했다.
문 대통령은 특사를 북한에 파견할 때 "비핵화"라는 말을 김정은 위원장으로부터 끌어내야 한다는 것을 알았고, 특사들이 김정은 위원장과 편안하게 얘기하는 모습이 워싱턴과 도쿄에서 좋게 보이지 않을 것을 알았지만. 위험을 감수한 결과 특사들이 필요한 것을 얻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어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간 "정직한 중개인" 역할을 하면서, 단어를 신중하게 고르고 자신의 카드는 가슴에 묻은 채 트럼프 대통령에게 남북 대화의 공을 돌리면서 그를 기쁘게 하고 있다. 여전히 걱정스러운 눈빛의 공화당 행정부 사람들을 안심시키는 언사도 하고 있다.
"남북 대화에 관한 한국 정부의 성명 문구는 여기까지 이르게 상황을 다룬 트럼프에 대한 찬사로 넘쳐난다"고 BBC는 묘사했다. 대화해도 대북 제재는 계속할 것이라고 문 대통령이 먼저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방송은 또 한반도미래포럼의 김두연 객원연구원의 말을 인용, 이들 대화가 종국에는 실패하고 북한이 핵무기를 계속 보유하기로 할 공산이 아주 크지만 "그렇다고 실패가 정해진 것은 아니다. 이 모든 의심과 회의에도 모든 당사자가 눈을 크게 뜨고 열심히 협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블룸버그통신은 9일 미국의 오랜 정통 외교 관행에 의하면 "너무 빨리, 너무 많이" 주는 것이어서 "다른 대통령 같았으면 훨씬 오래 걸렸을" 결단을 한칼에 내렸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옳다면 제2의 한국전쟁을 막는 일이겠지만, 실패하면 그만큼 위험도 큰 "대통령직 최대의 도박"이라는 것이다.
어떤 협상이든 유리하게 끌 수 있다는 자신감과 "고위험 고수익"을 추구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특성이 그대로 나타난 것이다.
북미정상회담이 어떻게 결론 나든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현직 대통령과 역사적 회담이 가져다주는 정통성을 김정은 위원장에게 부여하는 셈인 만큼 회담이 잘못되면 그만큼 트럼프 대통령에게 위험 부담도 크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북한에 핵 개발을 진전시키고 제재망을 훼손하는 시간 벌기만 해주는 결과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위험을 트럼프 대통령과 참모들도 알고 있다. 그러나 회담이 열릴 때까지 대북 압박을 지속하면 김정은 위원장이 설사 제재 완화 목적이었더라도 결국 회담에서 양보하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이에 대해 군축비확산센터의 알렉산드라 벨 선임 국장은 북한 핵에 대한 합의는 북한이 이미 운용 가능한 핵무기 프로그램을 보유했기 때문에 오바마 행정부가 맺은 "이란 핵협정보다 100배는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과학자연맹(FAS)의 수석 연구원 애덤 마운트는 외교 경험이 없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의 책략에 넘어갈까 봐 "정말 걱정스럽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과 단 둘이 있는 게 믿음직스럽지 않다"고 말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y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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