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서 사회적 지위는 증조부에게 크게 달려 있다"

입력 2018-03-10 08:00
"독일서 사회적 지위는 증조부에게 크게 달려 있다"

새 연구결과 "사회적 신분상승 그간 생각보다 더 어렵다"



(서울=연합뉴스) 최병국 기자 = 독일에서 사회적 지위에 미치는 조상의 영향이 그간 생각보다 더 크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독일의 유명 싱크탱크인 세계경제연구소(IfW)는 증조부의 지위가 4대 후손에까지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기존 연구결과들보다 독일의 사회적 신분 변동이 훨씬 더 느리게 진행됨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IfW가 선임연구원 출신인 영국 세인트앤드류대학 제바스티안 브라운 교수 등에게 의뢰해 최근 나온 연구결과에 따르면 증조부의 사회적 지위가 낮을수록 후손의 지위가 대체로 그만큼 낮았다. 거꾸로도 마찬가지였다.

조상이나 후손의 사회적 신분의 다양한 수준별로도 동일하게 이런 추세를 보였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이는 독일의 4세대, 100년 이상에 걸쳐 가구주의 직업과 교육수준, 경제력 등 사회적 신분 변화를 추적, 분석한 결과다.

연구팀은 평균적으로 개인의 사회적 지위에 미치는 요인 가운데 60%가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물려진다고 결론지었다.

여기엔 사회적 네트워크 등 생활 여건들도 포함돼 있으나 체격이나 지능, 건강 등 유전적 이점은 제외하고 조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IfW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는 기존 연구결과들과 다르다. 기존 연구자들은 "대부분 산업화된 나라들에선 개인의 사회적 지위의 30~40%만 부모에 의해 결정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따라서 사회적 불평등은 (이들 선진국의 경우 대체로) 세대가 내려갈수록 상대적으로 빨리 사라진다"는 가설을 주장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사회경제학 분야 업적으로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게리 베커 교수조차 부모의 사회적 지위가 자손과 후손의 수입에는 별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주장할 정도였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그러나 나라와 시대에 따라 다른 점은 있으나 기존 연구들은 2세대, 즉 부모의 지위가 자식에게 미치는 영향을 주로 조사한 한계가 있다고 브라운 교수는 주장했다.

사회적 계층 이동성에 대한 연구에선 데이터 불완전성이 매우 크고 한계가 있는데 적어도 4세대에 걸친 변화를 연구해야만 이런 측정 오류를 없앨 수 있다고 그는 밝혔다.

또 과거에 비해 지금은 이용 가능한 데이터들이 훨씬 많고, 분석 처리하기 쉬워져 연구의 질이 높아졌다는 것이 연구팀의 주장이다.

브라운 교수는 최근 연구결과들은 산업화된 선진국에서도 사회적 지위 변화가 생각보다 느리게 진행됨을 보여주며, 이번 연구결과는 특히 독일에서 다른 산업화한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어려움을 입증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경제학 저널'(The Economic Journal) 3월호에 실렸다.



choib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