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성추문' 후폭풍…지방선거 앞둔 측근들 강타

입력 2018-03-09 16:19
'안희정 성추문' 후폭풍…지방선거 앞둔 측근들 강타

허승욱 재선거 출마 철회 이어 박수현 불륜설 제기



(홍성=연합뉴스) 한종구 기자 = 6·13 지방선거를 100일 앞두고 터져 나온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여비서 성폭행 의혹의 후폭풍이 충청지역 정가에 몰아치고 있다.

국회의원 재선거 출마를 선언한 안 전 지사의 한 측근이 출마를 포기했고, 도지사 선거에 도전할 또 다른 측근은 불륜설에 휩싸이면서 선거구도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충청지역에서 안 전 지사의 영향력이 컸던 만큼 이른바 '안희정 발(發) 성폭행 파문'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천안갑 재선거 출마를 선언한 허승욱 전 충남 정무부지사는 9일 오전 출마를 철회했다.

안 전 지사의 핵심 측근으로 꼽히는 허 전 부지사는 이날 오전 당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참담하고, 송구하다"며 "천안갑 국회의원 재선거 출마를 철회하고, 모든 당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그는 민선 6기 3년여간 충남 정무부지사로 재직하며 안 전 지사의 핵심정책인 '3농 혁신'을 이끌었다.

안 전 지사의 영향력을 고려할 때 무난히 경선을 통과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성폭행 의혹이 불거진 직후 선거운동을 잠정 중단하는 등 불출마를 고민해 왔다.

허 전 부지사 캠프 관계자는 "안 전 지사의 성폭행 파문에 부담을 느껴 고심하다가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충남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한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에게는 '불륜설'과 '내연녀 공천설'이 터져 나왔다.

박 전 대변인은 지난해 대선 경선 과정에서 안 전 지사 대변인으로 활동했다. 안 전 지사의 정치적 동지이자 친구로 통한다.

민주당 당원 오영환씨는 이날 박 전 대변인의 전 부인과 함께 충남도청 브리핑룸을 찾아 "박 전 대변인과 한 시의원의 관계는 2009년부터 10년 동안 계속됐고, 박 후보가 거주하는 아파트를 시간 구분 없이 드나드는 것을 옆에서 지켜봤다"며 한 시의원과의 불륜설을 제기했다.

오씨는 "박 전 대변인은 불륜설이 제기된 시의원 말고 다른 여자와도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했고, 박 전 대변인의 전 부인도 오씨의 주장이 사실이라고 했다.

박 전 대변인 측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며 오씨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충남지역 국회의원들은 민심 돌리기에 적극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높은 지지와 안 전 지사의 인기 등에 힘입어 이번 지방선거에서 무난히 승리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민심이 급격히 돌아서고 있기 때문이다.

강훈식·김종민·박완주·양승조·어기구 의원은 이날 성명을 통해 "충남 민주당의 이름 아래 안 전 지사와 함께했던 동료로서 저희도 고개를 들 수가 없다"며 "이 지경에 이르기까지 어떤 역할도 하지 못한 것이 한탄스럽고 죄송스러울 뿐이다"고 사과했다.

반면 야당은 민주당의 충남지사 무공천을 주장하며 공세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자유한국당 충남도당은 8일 성명에서 "도민에게 슬픔과 고통을 안겨준 민주당은 충남지사를 공천할 자격이 없다"며 "도민을 우롱한 안 전 지사와 그의 동지들은 충남도민의 준엄한 심판이 기다리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당은 특히 민주당이 악재에 시달리는 사이 전열을 정비하고 다시 신발 끈을 조이는 분위기다.

충남지사 후보 기근에 시달렸으나 정용선 전 충남경찰청장이 출마 의사를 분명히 밝히는가 하면 이날 입당한 길환영 전 KBS 사장은 천안갑 국회의원 재선거에 도전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정가에 밝은 한 인사는 "안 전 지사 성폭행 사태의 후폭풍이 예상보다 빠르게 확산하는 분위기"라며 "성폭행 의혹에 이어 계속된 칩거에 기자회견 취소까지 겹치면서 민심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j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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