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아라파트' 등장하지 않아야 하는데…
2000년 클린턴, 방북 10주 앞두고 아라파트 애원에 중동 선회
클린턴 "올브라이트는 내가 방북하면 미사일 협정 체결 자신했다"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기자 = "당시 내 임기가 10주 남았었는데…비공식적인 자리에서 아라파트의 팔을 잡고 눈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생산 중단 협정을 맺기 위해선 북한에 가야 할 것 같다'라고 말하자 아라파트는 '이번에 중동평화 협정을 맺지 못하면 또 5년이 걸릴 것'이라며 가지 말 것을 호소했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04년 발간한 자서전 '나의 인생'에서 북핵 문제는 물론 '북한 문제' 전체를 해결하는 중대한 역사적 전환점이 될 수도 있었을 자신의 방북 계획을 취소한 이유를 설명한 대목이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자서전에서 "매들린 올브라이트(당시 국무장관)는 북한을 방문(2000년 10월)한 후 내가 방북한다면 미사일 협정을 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했다. 그래서 나는 후속조치(방북)를 취하고 싶었지만 중동평화가 임박한 상황에서 지구 반 바퀴를 도는 여행을 하는 위험을 감수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더구나 아라파트는 (중동평화) 협정에 서명하겠다고 확약하며 가지 말라고 애원했었다"고 덧붙였다. 아라파트가 정작 약속과 달리 서명을 거부함으로써 중동평화 협정도 체결되지 못하고 북한과 미사일 협정도 무산된 것에 대한 아쉬움의 표시이다.
클린턴 전 대통령이 북한을 직접 방문해 김정일 위원장을 만나기로 결심하기 앞서 북한에선 조명록 차수가 김 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2000년 10월 워싱턴을 방문했고 그 2주 뒤 올브라이트 장관이 방북했었다.
한국 정부의 '중매'로 최초의 북미 정상회담이 다시 성사 직전이지만 구체적인 장소와 날짜, 의제 등을 협의하기 위해선 클린턴-김정일 때와 마찬가지로 미국과 북한 간 직접적인 고위급 교차 방문도 이뤄질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 만나겠다고 밝힌 "5월 안"을 5월 31일까지로 최대한 잡으면 지금으로부터 12주 남았다. 클린턴이 회고록에서 말했던 '10주'와 거의 같은 기간이다. 이번에는 '아라파트'가 등장하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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