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종 방미에도 '관세폭탄'…"트럼프의 중간선거용 카드"

입력 2018-03-09 11:00
김현종 방미에도 '관세폭탄'…"트럼프의 중간선거용 카드"

중국산 철강 우회수출 우려…백운규 산업장관 "미국이 자꾸 우리 의심"

(서울=연합뉴스) 김동현 기자 =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지난달부터 미국에 머물며 적극적으로 설득했지만, 한국은 결국 미국의 철강 관세 대상에 포함됐다.

정부는 미국이 우려하는 중국산 철강 우회수출 등을 반박할 객관적인 자료를 갖고 설득에 나섰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요인보다 자신의 국내정치적 이해관계를 우선시했기 때문에 당초 설득이 쉽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9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김 본부장은 8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철강 관세 명령 서명 전날까지 한국을 관세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미 정부 관계자 등을 설득했다.

김 본부장은 지난달 25일 미국을 방문, 지난 주말에 잠시 귀국했다가 지난 6일 다시 미국으로 갔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 게리 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의장, 윌버 로스 상무장관 등 행정부 주요 인사와 주요 상·하원 의원들을 만나 정부 입장을 전달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관세 명령에는 캐나다와 멕시코 2개 국가를 제외했을 뿐 한국을 포함한 다른 국가는 다 포함됐다.

당초 가장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했던 한국 등 12개국에 대한 선별 관세는 막았지만 관세 자체는 피하지 못한 것이다.

산업부는 중국산 철강 우회수출에 대한 미국의 우려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게 원인 중 하나라고 보고 있다.

백운규 산업장관은 이날 서울 강남구 삼성동 그랜드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열린 '중견기업연합회 CEO 조찬 강연회'에서 "우리는 아니라고 하는데 미국이 자꾸 우리를 의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당초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고려를 우선시했기 때문에 객관적인 철강 통계 등을 근거로 한 설득이 통하기 힘든 상황이었다고 지적한다.

철강 관세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 등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층을 위한 것이라서 한국을 제외하는 게 쉽지 않았다는 것이다.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지금 시점에서 뭘 설득·설명해서 한국을 빼는 것은 정치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번 관세는 국내 정치적 지지를 올리려는 카드"라고 말했다.

안 교수는 관세 대상에 한국뿐 아니라 유럽연합(EU)과 일본도 포함된 점을 거론하며 "미국이 굉장히 큰 통상 전쟁을 시작하겠다는 것인데 그런 부담을 주면서까지 중간선거용으로 극약 처방을 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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