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 고의4구' 환영하는 양현종…"밸런스 깨지지 않을 듯"
KBO, '스피드 업' 추세 맞춰 올해 정규시즌부터 자동 고의4구 도입
최형우 "고의4구 실투 들어와도 치는 타자는 없다…해봐야 알 것"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세계야구의 '스피드 업' 흐름에 맞게 KBO도 올해 프로야구 정규리그에 자동 고의4구 제도를 도입한다.
1루를 채워 병살타를 유도하거나 다른 타자와 상대하는 게 목적인 고의4구는 지난해까지 투수가 공 4개를 일부러 빼서 볼로 던져야 성립했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감독이 심판에게 고의4구를 알리면 투구할 필요 없이 타자를 1루에 채울 수 있다.
폭투나 타자의 타격 등 야구 경기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변수를 아예 제거한다는 점에서 야구 정통론자는 부정적인 의견을 냈지만, KBO는 경기 시간 단축이 최대 화두로 떠오른 최근 흐름에 따라가기로 했다.
투수가 자동 고의4구 도입을 반대할 이유는 없다.
폭투 위험을 원천 봉쇄하고, 투구 수도 줄일 수 있어서다.
실제로 고의4구 중 폭투는 심심찮게 나온다.
고의4구는 일반적인 투구와 달리 힘을 빼고 던져야 한다. 선수에 따라 간혹 미묘한 투구 밸런스 차이 때문에 제구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있다.
2015년 김기태 KIA 타이거즈 감독은 폭투가 나올 상황을 대비해 3루수 이범호를 포수 뒤로 보냈다가 '인플레이 상황에서 모든 야수는 페어지역에 머물러야 한다'는 심판의 지적을 받은 적도 있다.
지난 시즌 KBO리그 최우수선수(MVP) 양현종은 자동 고의4구 도입에 "개인적으로 긍정적"이라면서 "투구 밸런스가 깨지지 않을 것 같다"고 반겼다.
양현종은 지난해 정규시즌 31경기에서 고의4구를 하나도 던지지 않았다.
그러나 두산 베어스와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7-6으로 앞선 9회 말 구원 등판, 1사 2, 3루에서 허경민을 거르고 만루를 채웠다.
이후 박세혁을 유격수 뜬공, 김재호를 포수 뜬공으로 처리하고 팀에 우승 트로피를 안겼다.
양현종은 "고의4구는 스트라이크 존에 던지는 것과는 밸런스가 다르다. 고의4구 다음에는 병살타나 중요한 타자와 승부를 염두에 둬야 한다. 갑자기 세게 던지면 밸런스에 문제가 있다. 선수에 따라 다르겠지만, 저는 밸런스로 던지는 투수라 (민감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투구 수를 절약하는 것도 환영할 일이다.
양현종은 "고의4구가 100% 힘으로 던지는 건 아니지만, 부담은 있다. 모든 투수의 의견은 아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투구 수가 줄어드는 점에서도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타자는 자동 고의4구 도입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을 전망이다.
최형우는 "일단 해봐야 알 것 같다"면서도 "고의4구 상황에서는 실투가 와도 타자는 안 친다. 거른다는 걸 알기 때문에 긴장이 풀린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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