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 보호 vs 소비자 권리 침해"…대형마트 영업규제 공방

입력 2018-03-08 17:35
"전통시장 보호 vs 소비자 권리 침해"…대형마트 영업규제 공방

대형마트·지자체, 헌재 공개변론서 격돌…추가 심리 후 위헌여부 결정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대형마트가 새벽 영업을 못 하도록 하고, 한 달에 이틀 이상 의무적으로 휴업하도록 한 유통산업 발전법이 위헌인지를 두고 대형마트 업체와 지방자치단체가 헌법재판소에서 치열한 법리 공방을 벌였다.

헌법재판소는 8일 오후 2시 대심판정에서 이마트 등 대형마트 7곳이 유통산업 발전법 12조의2가 헌법에 어긋난다며 낸 헌법소원 사건의 공개변론을 열었다.

2013년 1월 시행된 유통발전법 12조의2는 지자체장이 오전 0시부터 오전 10시까지 대형마트의 영업시간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하고, 매월 이틀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마트 직원에게 휴식을 보장하고, 전통시장과 중소 상인들을 보호한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인천 중구청과 부천시, 청주시는 이 규정을 근거로 2013년 지역 내 대형마트에 오전 0시부터 오전 8시 또는 10시까지 영업을 제한하는 동시에 매월 둘째 주와 넷째 주를 의무휴업일로 지정했고, 대형마트 측은 헌법소원을 냈다.

대형마트 업체와 지자체는 이날 다양한 쟁점을 두고 맞섰다.

우선 입법 취지인 대형마트 근로자의 휴식 보장 문제를 두고 주장이 대립했다. 지자체 측은 "대형마트의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것이 노동자에게 최소한의 휴식을 보장하는 제도"라고 강조했다.

반면 대형마트 측은 "유통질서를 왜곡하는 것"이라며 "노동자의 건강권은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면 보장된다"고 반박했다.

대형마트 영업 제한이 소비자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지도 쟁점이었다.

대형마트 측 대리인은 "이 조항의 효과는 없거나 미비한데 영업시간을 인위적으로 줄여 소비자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고 지적했지만, 지자체 측 대리인은 "제도의 공익을 고려하면 소비자의 권리가 침해됐다고 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대형마트 입점 상인과 전통시장 상인이 차별을 받느냐는 쟁점을 두고도 양측은 견해차가 컸다. 대형마트 측은 "합리적 이유 없이 대형마트 납품 상인의 매출 손실을 강요한다"고 주장한 반면, 지자체 측은 "대형마트와 전통시장 등의 소비자층이 상당 부분 겹치기 때문에 차별적 규제는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제도가 도입되면서 실제 전통시장이 활성화됐는지를 두고도 공방이 오갔다.

대형마트 측 참고인으로 나선 정진욱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영업제한으로 인해 줄어든 소비는 대부분 온라인 구매나 중대형 소매점으로 이전하고, 소형 소매점으로는 이전되지 않거나 그 규모가 미미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지자체 측 참고인으로 나선 노화봉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전략경영실장은 "한국법제연구원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등의 조사에 의하면 영업규제로 인해 전통시장과 소상인의 매출이 증가하는 등 효과가 증명됐다"고 말했다.

헌재는 이날 논의된 내용을 토대로 추가 쟁점들을 심리한 후 조만간 대형마트 영업규제의 위헌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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