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文대통령 '한반도구상' 잘 파악…여유 보이며 대화 주도

입력 2018-03-08 16:56
수정 2018-03-08 17:04
김정은, 文대통령 '한반도구상' 잘 파악…여유 보이며 대화 주도



하차장소까지 나와 특사단 영접…자리서 일어나 두 손으로 문 대통령 친서받아

자신에 대한 해외언론 평가 잘 알고 있어…'이미지' 소재로 농담 던지기도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별사절 대표단을 맞이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우리 특사단을 세심하게 배려하면서도, 면담에 임해서는 솔직하게 의견을 표명하고 즉석에서 과감하게 결단을 내리는 모습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은 자리에서 일어서서 두 손으로 문 대통령의 친서를 받는 등 우리 특사단을 정중히 대접했으며, 베를린 구상 등 문 대통령의 한반도 구상을 소상히 알고 있었다.

또 자신에 대한 국내와 해외 언론의 평가와 이미지도 자세히 알고 있었으며, 이를 주제로 농담을 건넬 만큼 여유 있는 모습도 보였다.

아울러 북한으로서도 민감할 수밖에 없는 문제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의견을 표명하고 과감한 결단을 통해 주도적으로 6개 합의사항을 확정 지었다고 한다.

◇ 파격 첫날 면담에 '일 잘 풀리겠다' 느껴 = 애초 특사단 5명은 모두 방북 첫날인 5일 김 위원장을 만나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두 차례의 남북정상회담과 특사 방북 시의 전례를 되짚어볼 때 모두 상당한 신경전을 펼친 뒤에야 북한 정상과의 만남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 측도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실제 지난달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 방남했을 때 우리 정부도 문 대통령과 오찬이 있을 것이라고만 통보하고 정확한 날짜는 알려주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특사단이 숙소인 고방산 초대소에 짐을 풀자, 곧 김영철 당 중앙위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찾아와 이날 바로 김 위원장을 면담하고 만찬도 있을 것이라고 통보했다.

특사단은 첫날 바로 김 위원장과의 면담이 성사되자 '일이 잘 풀리겠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 하차장소에서 특사단 영접…세심한 배려 보여줘 = 특사단이 김 위원장을 면담한 장소는 조선노동당 본부 진달래관이었다. 우리 정부 인사가 북한 노동당사를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그만큼 북측이 우리 특사단을 깍듯이 대우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특사단은 북측이 제공한 리무진에 탑승하고 노동당 본부로 이동했다. 차에서 내리자 불과 수 m 앞에 김 위원장과 김 제1부부장이 함께 서 있었다고 한다.

특사단은 김 위원장이 하차 장소까지 나와 영접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해 놀랐다고 한다.

김 위원장은 정 실장에게 먼저 오른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고 정 실장이 자신의 손을 잡자 다시 두 손으로 정 실장의 손을 잡고 환영의 뜻을 표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서훈 국가정보원장, 천해성 통일부 차관, 김상균 국정원 2차장,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등 특사단원 전원과 악수하고 일출 사진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면담장에서도 김 위원장은 우리 특사단을 정중히 맞이했다.

면담 시작에 앞서 정 실장이 문 대통령의 친서를 김 위원장에게 전달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서자, 김 위원장 역시 자리에서 일어나 테이블 가운데까지 걸어 나온 뒤 두 손으로 문 대통령의 친서를 받았다.

이 대목에서 특사단은 다시 한 번 김 위원장의 배려심을 느꼈다고 한다.

자리로 돌아온 김 위원장은 검은 뿔테 안경을 쓰고 문 대통령의 친서를 찬찬히 읽어 내려갔다. 문 대통령의 친서는 A4 용지 한 장 분량이었으며, 친서를 모두 읽은 김 위원장은 옅은 미소를 띤 채 배석한 김 제1부부장에게 친서를 건넸다.

◇ 문 대통령 한반도 구상 소상히 꿰고 있어 = 특사단은 무엇보다 김 위원장이 지난해 7월 베를린 구상 이후 이어진 문 대통령의 한반도 구상을 소상히 파악하고 있는 것에 놀랐다고 한다.



이에 한 특사단은 "김 위원장은 전 세계의 시선과 우리 국민이 갖는 기대를 잘 알고 있었다"며 "문 대통령의 축적된 노력과 김 위원장의 숙성된 고민이 합쳐져서 6개의 합의가 나올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또 김 위원장은 우리 언론이나 해외언론을 통해 보도된 자신에 대한 평가와 이미지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이미지를 소재로 무겁지 않은 농담을 섞어가며 여유 있게 대화를 이끌었다고 한다.

애초 수석특사인 정의용 안보실장은 김 위원장과의 대화를 어떻게 풀어나갈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고 한다. 정 실장은 수첩에 어떻게 비핵화 의지를 전달할지, 김 위원장이 한미연합훈련 재연기 등을 요구하면 어떻게 설득할지 등을 메모해 회담에 임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이미 우리 측 입장을 자세히 알고 있었으며, 면담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한미연합훈련 등과 관련해 "어려움을 잘 알고 있다" "이해한다"고 말하고 대화를 주도했다고 한다.

김 위원장은 비핵화 등 북한이 예민하게 여길 것으로 예상한 문제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의견을 표명했으며, 1시간 남짓 진행된 면담에서 6개 항의 합의사항을 대부분 확정 지었다.

한 특사단은 "북한으로서도 쉽지 않은 몇 가지 난제를 말끔히 푸는 과정에서 김 위원장의 리더십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정권 출범 직후부터 지난한 과정을 거친 남북의 노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kind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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