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벌었지만…앞날 불투명한 성동조선·STX조선

입력 2018-03-08 15:07
수정 2018-03-08 15:57
시간은 벌었지만…앞날 불투명한 성동조선·STX조선



(서울=연합뉴스) 윤보람 기자 = 채권단 지원으로 연명해온 성동조선과 STX조선이 당장은 문을 닫지 않는 쪽으로 결론이 났지만, 앞날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성동조선은 법정관리(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해 회생 여부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기다려야 하고, STX조선은 일단 한 달의 시간을 번 것뿐이기 때문이다.

특히 글로벌 경쟁사들에 비해 구조조정이 늦을 대로 늦은 이들 조선사는 업황 회복세에도 빠른 경영 정상화가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 법원으로 넘어간 성동조선 운명…청산 가능성

이제 성동조선의 운명은 법원의 손에 달렸다.

법원이 회생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면 채무 재조정 등 회생 절차를 진행하고 이후 인수합병(M&A)을 통한 새 주인 찾기에 나서게 된다. 반면 회생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할 경우에는 청산이 불가피하다.

채권단은 법정관리를 통한 회생 가능성에 대해 예단하기 어렵다면서도, 법원 주도로 강력한 다운사이징과 재무구조 개선 등을 추진하면 회생 기회를 모색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성동조선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도 회생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성동조선은 법정관리를 졸업할 때까지 기존에 보유한 현금과 남은 일감으로 버텨야 한다.

그러나 이미 자본잠식 상태인 데다 보유 현금이 거의 없고, 수주 잔량도 작년 말 기준 5척에 불과하다.

더군다나 이 5척은 아직 본격적인 건조 작업이 시작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순간 계약이 취소돼 대금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선주사와 조선사는 건조 계약 시 한쪽이 디폴트(default)에 빠지면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는 조항을 대부분 넣는다"며 "성동조선의 경우 법정관리 돌입과 함께 수주 잔량에 대한 계약 취소가 잇따를 수 있다"고 말했다.

신규 수주도 불가능할 전망이다. 용선계약에 따라 발주하는 선주사들이 회생 가능성이 불가능한 조선사에 위험을 무릅쓰고 굳이 일감을 맡길 이유가 없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한차례 법정관리를 받은 STX는 변제금을 제대로 갚을 능력이 있었고 회생 절차 돌입 후 5개월 만에 신규 수주에 성공했지만, 성동조선은 STX와 규모나 경쟁력 면에서 차이가 있는 만큼 생존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각에서는 성동조선이 수리조선소나 블록공장으로 전환하는 식으로 회생하는 방안도 거론되지만 이 역시 실현 가능성이 작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수리조선소는 오염 물질 발생이 많아 국내에서 거의 하지 않는 후진국형 산업으로 여겨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과거 호황일 때는 일감이 많아 대형 조선사들이 중견 조선사로부터 블록 납품을 받았으나 요즘은 대형사들이 외주를 줄 만한 상황이 아니어서 블록공장으로 전환하기도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자산 매각이나 M&A 역시 아직 조선업황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성사되기 어려운 것으로 평가된다.



◇ 한 달 시간 번 STX조선도 험로 예고

STX조선은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이다. 지난 법정관리로 재무 건전성이 개선됐고, 2월 말 기준 1천475억원의 가용 자금을 보유 중이다.

하지만 한 달 안에 인력을 40% 이상 줄이는 내용의 노사확약서를 제출해야 하는 점은 부담이다. 급격한 대규모 인력 감축에 노조 반발이 있을 수 있다.

이미 STX조선은 자율협약 체제 때부터 꾸준히 인력을 감축해 2013년 8천600여명이던 직원이 현재 1천400여명으로 많이 줄어든 상태다.

회사 측은 여기서 인력을 더 줄일 경우 생산품질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어렵게 노사합의를 이뤄내 법정관리를 피한다 해도 정상적으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전 세계 조선 업황이 서서히 회복세를 보이는 점은 일단 긍정적이다.

당장은 VLCC(초대형 유조선), LNG(액화천연가스)선 등 대형사가 짓는 고부가가치 선종 위주로 발주가 살아나고 있으나 점차 MR탱커, 소형 컨테이너선 등 STX조선이 경쟁력을 갖춘 선종도 호조세를 보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문제는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중견 조선사들의 경쟁력이 낮다는 것이다.

경쟁국인 중국과 일본은 이미 수년 전부터 강력한 구조조정을 단행해 가격과 기술력 면에서 경쟁력을 키웠다.

특히 중국은 낮은 인건비에 따른 가격 경쟁력이 월등한 데다 기술 수준도 한국을 거의 따라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감을 확보하려고 저가 수주에 나서면 수주 실적이 단기적으로는 회복되더라도 회사 수익성은 더욱 악화해 장기적으로 생존할 수 없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STX조선은 고정비와 인건비를 줄여 본질적인 경쟁력을 갖추려는 혹독한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면서 "건조 기간을 단축하거나 연비가 훨씬 우수한 배를 만드는 등 획기적인 공법을 개발하면 좋겠지만, 이를 단시간에 이루기 어렵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bryoo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