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위안부 피해자들 "여성을 짐승 취급한 일본 사죄해야"

입력 2018-03-08 11:53
아시아 위안부 피해자들 "여성을 짐승 취급한 일본 사죄해야"

정대협 주최 제15차 아시아연대회의 개최…각국 피해자들 증언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김예나 기자 = "일본군에 끌려가 성폭행당하고 원치 않는 일을 해야만 했습니다. 일본 정부의 사죄를 받아내고 명예를 회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8일 서울 영등포구 하이서울유스호스텔에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주최로 열린 '제15차 일본군 성노예 문제 해결을 위한 아시아연대회의'에 참석한 중국의 첸리안춘(92) 할머니는 이같이 말했다.

중국 하이난 성의 작은 마을에 살던 그는 14세의 나이에 일본군에 납치돼 성노예 생활을 해야만 했다.

그는 "사실 일본군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난 뒤 아들을 낳았다. 일본군의 사생아였다"며 "마을 사람들은 내 아들을 일본군 자식이라고 손가락질하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일본 정부는 피해자에게 반드시 사죄하고 배상하고 다시는 이런 비극을 겪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눈물로 호소했다.

이어 연단에 오른 인도네시아의 누라이니(88) 할머니 역시 고통스러웠던 과거를 회상했다.

누라이니 할머니는 "초경도 시작하지 않은 나를 일본군은 강제로 성 상대로 삼았다"며 "일본이 패망한 뒤 마을로 돌아왔지만, 환대받지 못했다. 아버지조차 마을 사람들에게 부끄럽다며 한탄하셨다"며 울먹였다.

이어 "일본군이 우리에게 한 짓에 대해서 사죄받고 싶다. 나를 짐승처럼 취급했던 일본의 사죄를 원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도네시아의 자헤랑(87) 할머니는 12세의 나이에 일본군에 끌려가 강제노동을 하고 위안부 생활을 강요당했다.

자헤랑 할머니는 "이 자리에서 나를 동물 취급했던 모든 행위에 대한 일본 정부의 책임을 묻고 싶다"며 "제대로 된 사죄와 배상을 원한다"고 밝혔다.

한국인 피해자 길원옥(90) 할머니는 발언 대신에 자신의 애창곡인 '남원의 봄 사건'을 불러 박수를 받기도 했다. 길 할머니는 지난해 생애 첫 음반 '길원옥의 평화'를 발표하기도 했다.

윤미향 정대협 공동대표는 기조발제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은) 피해당사자가 받아들일 수 있는 해결책을 제시했을 때 비로소 그 첫발을 내디딜 수 있다"며 제12차 아시아연대회에서 채택된 제언을 거듭 강조했다.

이어 "피해자들이 한 분이라도 살아계실 때 일본 정부가 이 제언을 실행해야 한다"며 "이번 15차 아시아연대회의를 통해 다시 한 번 우리의 제언을 일본 정부에 요구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1992년 서울에서 처음으로 시작한 아시아연대회의는 아시아 각국의 피해자와 활동가들이 모여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행동을 결의하고, 국제사회를 향한 요구를 발표해 왔다.

이번 아시아연대회의에는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동티모르, 대만, 일본, 미국, 뉴질랜드, 독일 등에서 생존자와 활동가들이 참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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