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통죄 재심 청구했다가 벌금형만 추가…재심제도 개선 논란

입력 2018-03-08 12:00
간통죄 재심 청구했다가 벌금형만 추가…재심제도 개선 논란

간통·상해로 집유→재심서 벌금형…법원 "집유기간 지났어도 불이익 아니다"

당사자 '재심청구로 오히려 불이익' 주장…법조계 일각 "제도 개선 필요"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간통죄와 상해죄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뒤 유예기간까지 지난 남성이 간통죄 위헌결정이 나오자 재심을 청구했지만 상해죄로 벌금형이 추가 확정됐다.

이 판결을 두고 대법원은 벌금형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보다 낮은 형벌이므로 문제가 없다고 판시했지만,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런 판례가 재심청구를 꺼리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며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법원 2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지난달 28일 간통과 상해 혐의로 기소된 박모(61)씨의 재심 사건 상고심에서 벌금 400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8일 밝혔다.

박씨는 2005년 사무실 여직원과 8차례 간통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말싸움하던 부인을 때려 다치게 한 입힌 혐의도 받았다. 박씨는 2009년 말 간통과 상해 혐의 모두가 유죄로 인정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받았다.

이후 헌법재판소가 2015년 2월 간통죄에 관해 위헌결정을 내리자, 박씨는 재심을 청구했고 법원이 받아들였다.



다시 열린 1심은 간통 혐의를 무죄로 인정하고, 상해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를 유지해 벌금 400만원을 선고했다.

이는 재심 전에 확정받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보다 감형된 것이지만 이미 집행유예 기간을 넘긴 박씨로서는 재심청구를 했다가 벌금형만 추가된 셈이었다.

박씨는 곧바로 항소했다. 이미 집행유예 기간까지 지났는데 벌금 400만원을 다시 선고하는 것은 재심청구 전보다 불이익을 얻은 것이라고 항변했다.

재심판결은 이전 판결보다 무거운 형벌을 내릴 수 없다는 '불이익 변경 금지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취지다.

하지만 2심은 "불이익인지를 따질 대상은 선고한 형량 그 자체이지 형 선고 이후의 집행 과정까지 고려할 것은 아니다"라며 1심 판결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1·2심 판결이 옳다고 봤다. 재심판결의 형량 자체가 이전 판결의 형량보다 무겁지 않다면 불이익 변경 금지의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판결을 두고 법조계 일각에서는 재심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심 전 판결이 선고한 형이 이미 집행됐는데도 재심판결로 새로운 처벌을 받도록 하는 것은 재심청구를 꺼리게 만드는 사유가 된다는 주장이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재심판결로 이전 판결의 선고는 소멸하기 때문에 새로운 형벌을 선고하는 것은 법리적으로 타당하다"면서도 "재심청구자 입장에서는 이미 집행된 형벌을 다시 선고받을 수 있다는 부담이 있으므로 재심청구의 장애사유로 작용할 것으로도 보인다"고 말했다.

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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