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탄핵 1년] 첫 파면 대통령 박근혜…국정농단 심판대에

입력 2018-03-08 14:00
수정 2018-03-08 16:50
[박근혜 탄핵 1년] 첫 파면 대통령 박근혜…국정농단 심판대에



파면 후 민간인 신분으로 수사·재판받아…전직 대통령으론 세 번째 피고인

건강 문제·법원 구속연장 반발해 재판 불출석…양형에 불리하게 작용할 듯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 #"피청구인은 검찰·특검 조사에 응하지 않았고 청와대 압수수색도 거부했다. 일련의 언행을 보면 법 위배 행위가 반복되지 않도록 할 헌법 수호 의지가 드러나지 않는다.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2017년 3월 10일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당시)

#"피고인은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검찰과 특검의 수사, 탄핵심판 및 법원의 판결을 통해 자신의 범죄사실이 객관적 사실로 드러났음에도 헌법과 법률을 철저히 경시하면서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2018년 2월 26일 서울중앙지법 1심 결심공판 당시)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3월 10일 박근혜 전 대통령을 파면하며 읽어내려간 결정문과 검찰이 지난달 26일 국정농단 사건의 결심공판에서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30년을 구형하며 읽은 논고(의견진술)문이다.

국정농단 '몸통'으로 지목된 박 전 대통령이 헌재에서 파면되고 검찰 수사와 법원 재판을 거치는 1년 동안 어떤 상황을 거쳤는지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헌재는 재판관 8명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의 사익을 위해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남용했다"며 국회의 탄핵소추를 받아들여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했다.



파면 즉시 '민간인'이 된 박 전 대통령은 11일 뒤인 지난해 3월 21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포토라인에 섰다.

최씨나 안종범 전 수석, 정호성 전 비서관 등 공범들 수사를 마무리했던 검찰은 한 차례 소환조사를 거쳐 박 전 대통령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은 같은 달 31일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박 전 대통령은 구속된 뒤 4월 17일 재판에 넘겨져 5월 23일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에 이어 세 번째로 법정의 피고인석에 앉았다. 그의 '40년 지기'인 '비선 실세' 최순실씨도 피고인석에 나란히 앉아 함께 재판을 받았다.

박 전 대통령 재판은 공소사실이 18가지로 방대한 데다 쟁점도 복잡해 주 4회씩 집중 심리가 이뤄졌다.

하지만 심리가 순탄히 진행되지는 못했다.

박 전 대통령은 7월 발가락 부상 등 건강 문제를 이유로 세 차례나 재판에 나오지 않았다. 연달아 나흘을 불출석하려다 재판부가 "출석을 계속 거부하면 관련 규정에 따라 출석 조치하고 재판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하자 겨우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기소된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1심 재판에도 세 차례 증인으로 소환됐지만 모두 불응했다. 재판부가 구인영장을 발부했지만, 박 전 대통령이 끝내 거부해 증언이 무산됐다.

박 전 대통령의 이런 태도는 법원이 구속 기간 연장 여부를 결정하는 데 '악재'가 됐다.

법원은 1심 구속 기간(6개월) 만료를 앞둔 10월 13일 "증거 인멸의 염려가 있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검찰이 청구한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박 전 대통령 측은 법원의 이런 결정에 극단적인 선택으로 맞섰다.

유영하 변호사를 비롯한 변호인단 7명 전원은 구속 기간 연장 후 열린 10월 16일 재판에서 재판부 결정을 비판하며 총사퇴했다.

박 전 대통령 역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입을 열어 "오직 헌법과 양심에 따른 재판을 할 것이라는 재판부에 대한 믿음이 더는 의미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재판 보이콧'을 선언했다.

이 자리에서 박 전 대통령은 자신에 대한 수사와 재판이 "법치의 이름을 빌린 정치보복"이라며 '희생양' 프레임을 꺼내 들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후 단 한 차례도 재판에 나오지 않았다. 다른 사선 변호인을 선임하지도 않았다.

재판부는 심리 지연을 막기 위해 국선 변호인 5명을 선임했고, 재판은 '보이콧' 선언 이후 42일 만인 11월 27일 재개됐다.

법원은 이후 심리에 속도를 내 박 전 대통령이 재판에 넘겨진 지 316일 만인 지난달 26일 심리를 모두 마무리했다.

검찰은 심리 마지막 날 "피고인은 국정농단의 정점에 있는 최종 책임자임에도 자신의 잘못을 진지하게 반성하지 않고 '정치보복'이라는 프레임을 설정해 국정농단의 진상을 호도했다"며 법이 정한 유기징역의 상한인 징역 30년과 함께 벌금 1천185억원을 구형했다. 선고는 다음 달 6일 오후 이뤄진다.



국정농단 사건의 1심은 마무리 단계지만, 박 전 대통령이 '별건'으로 추가 기소된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사건, 공천개입 사건 등은 이제 본격적인 재판에 들어간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원 특수활동비 36억5천만원을 상납받은 혐의로 지난 1월 초 추가 기소됐고, 지난달 1일에는 2016년 4·13총선을 앞두고 당시 새누리당 공천 과정에 불법 관여한 혐의로 다시 기소됐다.

박 전 대통령은 두 사건에서도 사선 변호인을 선임하지 않아 법원이 국선 변호인을 각각 선정한 상태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사건의 선고 공판은 물론 추가 기소된 사건의 재판에도 불출석할 것으로 보인다.

s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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