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한치 빈틈도 안돼"…관세, 안보협력 저해우려 미국서 제기
"긴밀한 파트너십 필요…최근 조치 한국 서먹하게 만들어"
(뉴욕=연합뉴스) 이귀원 특파원 = 북한이 대북 특사단에 미국과 비핵화 대화를 할 용의가 있다는 점을 밝히면서 북핵 외교가 새로운 국면을 맞을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철강·알루미늄 '관세폭탄' 예고 등 한국에 큰 피해가 예상되는 잇따른 보호무역 정책이 안보협력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미국 내에서 지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7일(현지시간) 한국 대북 특사단의 방북 이후 북미대화가 이뤄지면 "미국은 한국과 긴밀한 파트너십이 필요하다"면서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몇 달간 잇따른 거친 무역조치로 한국의 지도자들을 서먹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연초 한국산 등 수입 세탁기와 태양광 패널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조치를 취한데 이어 한국에 또 다른 큰 피해가 예상되는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관세 폭탄을 예고한 것을 지적한 것이다. 한미는 또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요구로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도 벌이고 있다.
한미 FTA 협상 당시 미국 측 수석대표를 지낸 웬디 커틀러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 부회장은 "안보 이슈 측면에서 지금은 한미간에 한 치의 틈도 있어서도 안 될 때"라면서 "그것이 그런 조치"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최근 무역조치가 한미간에 틈을 생기게 하는 조치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미측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와 주한 미국대사를 지낸 크리스토퍼 힐 전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이것(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조치)은 세계에서 가장 미묘한 협상 가운데 하나인 협상(대북협상)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결코 이상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철강·알루미늄 관세 폭탄에서 한국을 면제할 가능성과 관련, 트럼프 대통령의 일부 참모들은 한국에 대해서는 그런 '관세 면제'를 고려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고 NYT는 전했다.
신문은 "이 같은 견해는 미국과 경제, 안보 문제에서 긴밀하게 협력해온 한국 정부를 놀라게 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는 새롭고 공정한 나프타(북미자유무역협정)가 체결될 때에만 철회될 것"이라면서 관세 폭탄과 나프타 협상을 연계를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유럽연합(EU)에 대해서도 미국산 제품에 대한 장벽을 제거하면 관세 면제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커틀러 부회장은 철강·알루미늄 관세는 "이미 복잡한 협상(한미 FTA 개정 협상)을 극도로 복잡하게 만들 것"이라면서 "한국이 (철강·알루미늄 관세에서) 캐나다나 EU와 같은 다른 동맹국들과 같은 대우를 받지 못하면 (FTA 개정 협상에서) 한국 정부가 미국의 요구에 동의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미국의 경제정책 싱크탱크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의 채드 바운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대로 수입산 철강에 대해 25%, 알루미늄에 대해 10%의 관세를 부과할 경우 한국은 11억 달러(약 1조1천764억 원)의 피해를 입을 것으로 추산했다. 반면 중국의 피해는 6억8천900만 달러에 그칠 것으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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