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산입범위 합의 불발로 다시 한계 드러낸 최저임금위
(서울=연합뉴스) 최저임금위원회가 결국 최저임금 산입범위 조정에 실패했다. 최저임금위는 6일 노·사·공익위원이 2명씩 참가한 마지막 소위원회를 열어 밤샘협상을 벌였으나 접점을 찾지 못했다. 이로써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편은 고용노동부가 국회와 협의해 결론을 낼 수밖에 없게 됐다. 국회에 이미 관련 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어 사실상 논의의 장은 국회로 넘어간 셈이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논란의 핵심은 정기상여금을 최저임금에 포함할지 여부다. 현재 매달 지급되는 기본급과 직무·직책수당은 최저임금에 들어가지만, 상여금과 연장·야간·휴일수당은 제외된다. 정부는 올해 최저임금이 크게 오르면서 영세 사업자 등의 부담이 가중되자 최저임금 산입범위 조정을 추진해왔다. 국회에서도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인 것 같다. 홍영표 국회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이 "최소한 정기상여금은 최저임금에 넣을 필요가 있다. 국회가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할 정도다. 최근 바른미래당 김삼화 의원은 매달 지급되는 현금성 임금을 최저임금에 포함하는 내용의 '최저임금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하지만 노동계는 산입범위 확대가 최저임금의 인상 효과를 반감시킨다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반면 경영계는 정기상여금 외에 식대, 교통비 등 각종 고정수당도 최저임금에 넣어야 한다고 맞선다. 이날 최저임금위 협상이 최종 결렬된 것도 노사 양측의 이런 입장 차이가 전혀 좁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소한 상여금은 최저임금에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엔 일리가 있다. 2020년까지 시간당 최저임금을 1만 원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 따라 올해 최저임금을 대폭 올리면서 소상공인과 영세·중소기업들의 인건비 부담도 크게 늘었다. 아파트 경비원, 청소원, 편의점·주유소 종사자 등 고용 취약계층에선 일자리가 오히려 줄어드는 현상이 일부 나타났고, 프랜차이즈 음식점 등의 외식물가도 올랐다. 이러다 보니 경영계를 중심으로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고, 정부 안에서도 공감하는 기류가 퍼진 게 사실이다.
산입범위 조정 등 최저임금 정비에 쓸 수 있는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정부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8월 5일까지 고시해야 한다. 고시 전 이의제기 기간 '20일'을 고려하면 7월 16일까지 최저임금이 확정돼야 한다. 국회논의 과정에서도 큰 진통이 예상된다. 노사 양측의 시각차가 커 쉽게 결론을 내기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식비 등 다른 고정성 급여는 몰라도 정기상여금은 최저임금 산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논의의 장이 국회로 옮겨진 만큼, 기형적으로 낮은 기본급을 수당이나 성과급으로 보전하는 임금구조의 개편도 검토했으면 한다. 일부 사업장 얘기이긴 하지만 연봉 4천만 원이 넘는 노동자가 최저임금 대상이 되는 현실은 누가 봐도 불합리하다. 노·사·공익위원 9명씩으로 이뤄진 최저임금위의 구조적 한계는 이번 합의 불발로 재차 입증됐다. 노사가 팽팽히 맞서면 타협과 절충이 어려운 구조다. 위원회 운영과 내부 협상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개편안을 생각해볼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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