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내 러시아 테러정황…"이중첩자·서방 정보기관 향한 경고"

입력 2018-03-07 16:52
수정 2018-03-07 17:03
영국내 러시아 테러정황…"이중첩자·서방 정보기관 향한 경고"



신병확보 때 방관하다 현시점에 습격한 원인 주목

대선 목전에 '배신자 처단'? "자국 첩보원 단속·서방포섭 차단"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영국에서 전직 러시아 스파이가 약물 습격을 당한 사건은 이중 스파이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는 러시아 요원과 이들을 포섭하려는 서방 정보기관을 겨냥한 러시아의 경고라고 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이 분석했다.

지난 5일 영국 솔즈베리의 한 쇼핑몰 벤치에서 전직 러시아 간첩이었던 세르게이 스크리팔(66)과 그의 딸 율리아 스크리팔(33)은 독성물질에 노출된 뒤 의식불명 상태로 발견됐다. 이들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나 위독한 상태다.

아직 이번 사건의 자세한 경위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러시아가 배후로 강력히 지목받고 있다.

가디언은 러시아가 스크리팔을 살해하려고 마음먹었다면 그가 2006년 영국 비밀정보국(M16)에 러시아 정보기관 인물의 신원을 넘긴 혐의로 징역형을 살 때 '사고'로 위장해 해치는 게 더 쉬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러시아가 블라디미르 푸틴 현 대통령의 당선이 거의 확실시 되는 대선을 약 2주 남겨 놓고 이런 일을 저지른 것은 외국 정보기관과 협력할 가능성이 있는 다른 러시아 요원들과 외국 정보기관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러시아 고위 정보 당국자들은 매년 미 중앙정보국(CIA)과 서방 정보기관들이 러시아 요원을 포섭하려 시도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지난 1월에도 러시아 정보기관 연방보안국(FSB) 고위 간부들이 CIA에 비밀 정보를 제공한 혐의로 구속된 바 있다.

미국뿐만 아니라 영국 정보기관 또한 러시아 요원들을 포섭에 적극적이다.

소비에트 시대만 해도 첨예한 이데올로기 대립으로 러시아 첩보원이 포섭될만한 요인이 거의 없었지만, 서방 정보기관들은 최근 금전적 유인책을 제시한다.

과거 스크리팔 역시 돈 때문에 영국과 러시아의 이중 첩자 노릇을 했다.

따라서 스크리팔을 대놓고 살해하려는 시도는 신참 러시아 요원들에게 그와 같은 길을 가지 말라는 경고인 셈이다.

러시아 당국은 이전에도 배신자들은 비참한 최후를 맞게 될 것이라고 명백하게 강조해왔다.

앞서 러시아는 2006년 과거 러시아 국가보안위원회(KGB) 소속 요원으로 푸틴 대통령을 비판한 뒤 영국으로 망명한 알렉산더 리트비넨코를 독성물질로 살해하기도 했다.

당시 영국 정부는 푸틴 대통령이 이를 승인한 것으로 의심했으나 러시아는 연루 의혹을 부인했다.

신문은 이번 사건 역시 러시아 당국의 승인 아래 조직적으로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러시아 연구자이자 안보 분석가인 마크 갈레오티는 "러시아는 스크리팔이 단순히 퇴직한 게 아니고, 여전히 영국 혹은 다른 서방 정보기관에 협조한다고 봤기 때문에 러시아가 이번 사건의 배후라면 이야기가 잘 맞아떨어진다"고 말했다.

gogog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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