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비정규직도 '미투'…21%가 "학교서 성희롱·성폭력 당해"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설문조사…50% "그냥 참고 넘어가"
"팔·어깨 만지고 '아줌마라 괜찮을 줄'…회식 '교장 옆자리' 정해"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미투운동'에 가세했다.
민주노총 전국교육공무직본부는 7일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학교 비정규직 성희롱·성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4일까지 전국 학교 비정규직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504명 중 21.2%가 학교에서 성희롱·성폭력을 당한 적 있다고 답했다. 31.9%는 성희롱·성폭력을 목격했다고 밝혔다.
이번 설문조사 응답자 대부분(99.6%)은 여성이었다.
응답자 절반(50.0%)은 성희롱·성폭력을 당했을 때 "불이익이나 주변 시선이 두려워 그냥 참고 넘어갔다"고 답했다. 싫다는 의사를 밝히고 중지를 요구했다는 응답자는 32.5%, 동료·상사에게 도움을 청했다는 이는 10.0%였다.
여성단체·국가인권위원회·고용노동부에 신고했다는 응답자는 3.5%, 학교·교육청 고충상담창구에 신고했다는 이는 2.0%에 그쳤다. 노동조합에 신고했다는 응답자는 2.0%였다.
응답자 41.7%는 "학교에 성희롱 고충상담원·고충심의위원회가 없다"고 답했고 35.7%는 "들어본 적 없다"고 답변했다.
학교 성희롱 예방교육에 만족한다는 응답자는 16.9%에 불과했다. "보통이다"는 응답자가 42.7%, 불만족스럽다는 이가 12.9%였다. 받아본 적 없다는 응답자도 27.6%나 됐다.
성희롱 예방교육 상당수가 "종이 한 장 나눠주고 서명만 받아가는 요식행위로 이뤄진다"고 교육공무직본부는 설명했다.
설문조사에서는 "팔과 어깨를 계속 만져 항의했더니 '아줌마라서 괜찮을 줄 알았다'고 변명해 더 기분 나빴다", "교감이 '○○씨 있는데 이런 이야기 해도 되느냐'면서 다른 사람과 성적 농담을 주고받았다"는 등의 증언이 쏟아졌다.
안명자 교육공무직본부장은 "최근 발생한 일"이라며 "한 학교 관리자가 '우리 학교 조리실무사들은 다른 학교보다 젊고 예쁘다'면서 회식자리에서 교장 옆에 앉을 실무사를 지정하고 순번을 정해 술을 따르라고 시켰다고 한다"고 전했다.
안 본부장은 "교육청에 항의했더니 그 관리자는 '내가 언제 그렇게 이야기했느냐. 가만두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한다"면서 "대응을 권고했지만, 당사자들이 용기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이 할 수 없는 것을 노조가 나서서 하겠다"면서 "조직 차원에서 '미투'를 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육공무직본부는 제대로 된 성희롱·성폭력 실태조사와 예방교육 혁신, 성희롱·성폭력 고충심의위원회에 비정규직·학생 참여 등을 당국에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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