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성동조선 법정관리행으로 명분·실리 다 챙기나
구조조정 원칙 지키되 법원 결정에 따라 원활한 지원 가능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정부가 성동조선해양 법정관리를 고려하는 배경에는 구조조정 원칙을 지킨다는 명분과 실질적 지원이라는 실리를 모두 챙기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7일 업계 등에 따르면 정부는 8일 오전 산업경쟁력강화관계장관 회의에서 성동조선 법정관리 방안을 확정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성동조선은 이미 지난해 채권단 실사 결과 청산가치가 7천억 원으로 계속기업 가치 2천억 원보다 세 배나 높은 것으로 평가돼 법정관리행이 유력시됐다.
하지만 재무적 측면뿐 아니라 산업 측면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새 정부의 구조조정 방침에 따라 이번에 재차 컨설팅을 했다.
이를 두고 금융시장에서는 성동조선에 또다시 기회를 주는 것이냐는 관측이 나왔다.
성동조선은 2010년 채권단 자율협약에 들어간 이후 7년째 채권단의 도움으로 연명해왔다.
이번 컨설팅 결과에서도 청산가치가 더 높은 것으로 나온 것으로 전해져 결국 성동조선을 그대로 살리는 결정을 한다면 정부가 '좀비 기업'에 혈세를 퍼붓는다는 비판이 제기될 것이 명약관화했다.
결국 법정관리는 이런 비판을 피하고 구조조정 원칙을 지켰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선택인 셈이다.
법정관리로 간다고 해당 회사가 청산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이 회생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면 제3자로 하여금 자금을 비롯한 기업활동 전반을 대신 관리하게 한다.
법정관리 체제에서는 강제적으로 채무조정을 할 수가 있어 기업의 회생 절차가 더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다.
특히 막대한 채무를 갚을 여력이 없는 성동조선으로서는 채무 탕감이 급선무다.
현재 채권단이 보유한 채권 잔액은 2조5천억 원이다. 한해 이자비용만 400억∼500억 원이다.
성동조선은 자율협약에 들어간 2010년 이후 7년 만인 지난해 처음 영업이익을 냈다. 사실상 빚을 갚을 능력이 없는 회사다.
회생 절차에 따라 채무가 탕감되면 성동조선은 이자비용 부담을 확 낮출 수 있다. 유동성 부족에 따른 부도 위험성도 덩달아 낮아진다.
채무 탕감은 법정관리가 아닌 정상적인 상황에서 채권단이 선택할 수 있는 수단이 아니다.
법정관리로 들어가되 채권단이 성동조선을 수리조선소나 블록공장으로 기능을 조정하는 방안을 회생 계획안에 포함해 달라는 의견을 법원에 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능 전환에 따른 신규 자금 지원도 검토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서다.
이럴 경우 법원은 청산보다는 회생 절차 개시를 선택할 가능성이 커진다.
성동조선에 대한 지원이 정부의 결정이 아닌 법원의 판단이라는 점에서 정부 입장에서는 '국민 혈세 투입'이라는 비판을 피하면서 필요한 지원을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성동조선이 유동성 부족으로 부도가 나면 영업기반이 해체될 수 있어 회생 절차로 들어가 채무를 탕감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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